서울 중구에서 올 3월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 건축물의 외관은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우주선처럼 독특한 곡면(曲面)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렇게 둥그런 것도 아니고, 타원형도 아닌 일정한 규칙이 없는 형태를 가진 건축물을 '비정형(非定型) 건축물'이라고 한다. DDP는 연면적이 축구장 8개 크기인 8만5320㎡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비정형 건축물이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을 반듯한 직육면체 형태로 짓는 이유는 공사가 쉽기 때문이다. 반듯한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를 붓거나 사각형 외장재로 덮으면 된다. 하지만 DDP 같은 비정형 건축물을 만들려면 완전히 다른 기술이 필요했다.

알루미늄판 4만5133장의 비밀은?

DDP는 외관이 모두 은색 알루미늄판으로 덮여 있다. 가로·세로 각 1.5m, 30㎏짜리 알루미늄판 4만5133장이 사용됐다. 이 판들은 하나하나 휘어진 위치와 각도가 모두 제각각이다. 판 전체가 일정한 각도로 휘어진 '1차 곡면' 판도 있고, 각 부분의 휘어진 정도가 다른 '2차 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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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곡면은 기계를 이용해서 단순히 구부리는 방식이어서 제작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2만1738장에 달하는 2차 곡면이었다. 1차 곡면처럼 '구부리는' 방식으로 만드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면 판 제작에만 20년 정도가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시공업체인 삼성물산과 협력사 스틸라이프가 찾아낸 방법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MPSF'(Multi-Pin Stretching Forming)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먼저 컴퓨터 프로그램(BIM)을 이용한 3차원 설계로 각 판의 정확한 모양을 계산해 냈다. 이렇게 계산된 정보를 바탕으로 알루미늄판 성형 장비인 MPSF가 자동으로 각각의 판을 만든다. MPSF는 위아래 각각 1200개의 작은 쇠막대로 이뤄져 있다. 판을 양쪽으로 잡아당기면서 위아래에서 쇠막대로 눌러 원하는 모양을 내는 원리이다. 이렇게 만든 2차 곡면판을 정확하게 잘라내는 것도 숙제였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했다. 자동차의 외장 판을 잘라내는 데 쓰는 레이저 기술을 응용했는데, 다섯개 관절로 구성된 로봇팔이 붙은 레이저 절단기를 직접 제작해서 썼다.

마지막으로 판이 탄성 때문에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한 후 색깔을 칠하고 구멍을 내는 등 꾸미는 작업을 하면 완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판은 설계도에 따라 정확한 위치에 부착될 수 있도록 각각 다른 일련번호를 매겼다. 판을 만드는 데 20개월, 판을 부착하는 데 19개월이 걸렸다.

'20년 예상' 공사 4년 반으로 단축

비정형 판 제작 기술은 DDP 내부 공사에도 응용됐다. 내부에 있는 비정형 콘크리트를 만들 때 사용한 거푸집을 같은 기술로 만들었다. 버섯 모양 기둥, 곡면으로 휘어진 콘크리트벽 등이다.

삼성물산은 설계 초기에 비정형 판 제작 기술을 가진 세계적인 건축 업체들을 찾아갔지만 DDP를 시공할 수 있을 정도의 곡면판 제작 기술을 가진 업체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중국의 한 대학 연구소에서 배를 만드는 철판을 제작할 때 쓰기 위해 제작 중인 기술을 찾아냈고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개발에 성공했다. 이렇게 자체 개발한 기술을 통해 당초 20년으로 예상됐던 공사 기간을 4년 6개월로 줄일 수 있었다. 이상규 삼성물산 현장팀장은 "우리가 보유한 2차 곡면 대량 제작 기술은 판의 휘어진 정도가 균일하고 제작 기간도 독보적으로 빠르다"며 "앞으로 세계적인 대형 비정형 건축물의 공사를 수행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