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47기(機)나 787 등 한국에 있는 모든 보잉 항공기는 물론 보잉이 생산하는 상당수 전투기와 헬기에도 한국산(産) 부품이 들어가 있습니다."
에릭 존(John·54·사진) 보잉코리아 사장 겸 보잉인터내셔널 부사장은 이달 17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은 보잉의 세계 10대 판매 시장인 동시에 핵심 부품을 조달하는 주요 부품 공급 국가"라며 "보잉이 지출한 한국산 부품 구매 비용은 2012년 3억4000만달러에서 지난해 4억달러로 늘었다"고 말했다.
현재 보잉은 737기의 꼬리 날개, 787기 '드림라이너'의 후방동체 내부 구조물 등을 한국에서 조달한다. 보잉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피스 아이'의 개조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경북 영천에는 2000만달러를 들여 한국산 F15 전투기에 대한 유지·보수·정비 센터를 내년 3월까지 열 계획이다.
"한국은 보잉의 세계 항공 전략의 핵심 축(軸)입니다. 한국 항공 엔지니어의 저변 확대를 위해 보잉은 포항공대·카이스트·서울대 공대생 등 50여명에게 조건 없는 장학금을 제공하며 내년 여름부터 한국 대학 졸업생 3명을 뽑아 6개월 동안 미국 보잉 생산 현장을 견학하는 인턴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어요."
존 사장은 미국 국무부에서 31년간 외교관으로 일하다가 올 5월 말 보잉으로 옮겼다. 그는 전직(轉職)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 한국을 꼽았다.
"외교관 생활 31년 중 10년을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1984년 한국에 처음 왔고 이번이 4번째 근무입니다. 미국 인디애나주 출신인 저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입니다."
그는 주한미대사관 근무시절 지금의 한국인 부인(婦人)을 만나 결혼했다. 존 사장은 "한글사전 없이도 한국 신문을 읽고 통역 없이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할 정도지만 1주일에 두 번 한국어 개인지도를 요즘도 받고 있다"고 했다. 보다 능숙한 한국어로 한국과 더 가까워지려는 바람에서다.
영화 '명량'을 최근 관람하는 등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그는 멍게밥 같은 별미(別味) 음식집도 즐겨 찾는다. 미국 조지타운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국무부에 들어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근무한 그는 주한미국 대사관에서 정무참사관을 지냈고 주(駐)태국 대사를 거쳐 미 공군참모총장의 외교 보좌역을 맡았다.
그는 "외교관의 꽃인 대사(大使)와 보잉코리아 사장이라는 최고경영자(CEO)의 업무가 닮은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태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는 40개 미국 정부 기관에서 나온 2000여명이 근무해 미국 재외공관 가운데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태국 대사를 지내 관리 능력은 자신 있어요. 보잉코리아 사장 역시 조직을 관리하고,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인 만큼 전혀 생소하지 않습니다."
최근까지 미 국무부에서 한미(韓美)방위비 분담 협상 대사를 지냈던 존 사장은 "30여년 현장 외교관 생활에서 배우고 터득한 노하우를 한·미 경제 협력 분야로 확장하고 더 발전시키는 걸 사명(使命)이자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1988년 출범한 보잉코리아는 서울·부산·김포·서산·사천·대구 등 6개 지역에 2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