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땅콩 서비스가 잘못됐다며 이미 출발한 비행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주말에도 대한항공 법무실장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초 조 전 부사장의 위법 행위에 초점이 맞춰졌던 수사 대상은 현재 대한항공의 조직적 은폐 시도 여부까지 확대됐다. 대한항공은 수사 확대에 당혹해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만 보는 상황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근수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대한항공 법무실장 박모씨를 불러 5시간여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박 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나가 대한항공 측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앴는지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박 씨는 어떤 법률을 검토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제 일을 한 것"이라면서 "(조사를 받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참여연대가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 위반, 항공보안법 위반, 위력에 의한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조 전 부사장을 고발한 직후인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출장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12일에는 해당 항공편에 탑승했던 기장과 사무장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사무장은 이 날 검찰에서 폭언과 폭행이 있었다는 내용의 진술을 하고,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조 전 부사장의 폭언과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7일 당사자인 조현아 전 부사장을 소환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2시간에 걸친 조사에서 박사무장과 승객 등이 증언한 폭언과 폭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어 18일에는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한 대한항공 임직원들에 대해 통신자료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아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은폐에 나섰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수사 개시 이후 통화내역 등을 조직적 은폐 등의 정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같은 날 객실담당 여 모 상무를 세 번째로 소환해 직원들에게 최초 보고를 삭제하라고 지시하고 거짓 진술을 강요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 이때부터 수사 방향은 폭언과 폭행, 항공법 위반 등에서 회사 차원의 조직적 은폐로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여 모 상무는 박사무장이 국토교통부에 불려나가 조사를 받을 때 19분간 함께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는 등 이번 일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 날 여 상무가 일부 혐의를 시인함에 따라 검찰은 직원들에게 이메일 삭제를 지시하고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여 상무를 입건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검찰은 여 상무가 조 전 부사장에게 문자와 전화 등으로 전후 상황을 보고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에도 검찰 조사는 이어졌다. 이 날은 객실과 관련한 임원 2~3명이 추가로 조사를 받았다. 20일 법무실장 조사까지 검찰은 이례적으로 매일 참고인을 불러 조사하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여 상무를 비롯해 사건을 축소·은폐 하려고 시도한 임직원을 모두 사법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부사장 역시 이를 직접 지시했는지와 관계없이 보고받았다는 사실만 입증돼도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특히 국토부가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국토부로도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추가 소환 조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휴일에도 임직원들이 비상 대기하는 상황이다. 운항과 홍보 담당 임원 등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임직원은 언제든 소환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만에 하나 조사 대상이 조 전 부사장 윗선으로 확대될까 우려하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통신자료에서 임직원들이 고위층에게 보고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이들의 소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사 범위가 계속 확대돼 곤혹스럽다"면서 "조사에 성실히 응한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