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 8기. 7년간 7번 실패하고 8번째 진행되는 쌍용건설 인수합병(M&A)에 청신호가 켜졌다. 쌍용건설은 지난 2007년부터 채권단 주도로 일곱 차례나 매각이 시도됐으나 모두 실패했다. 새주인이 나타날 시기마다 건설경기 악화, 추가 부실이 드러나면서 매각 작업이 중단됐다.

이번엔 달랐다. 지난 10월 매각 공고를 내자마자 2주 만에 예비입찰에만 국내외 업체 7개사가 참여했다. 예비실사와 본입찰까지 불과 두 달 만에 전격(電擊)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이 진행된 셈이다.

◆ M&A 일사천리(一瀉千里), 9부 능선 넘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윤준 수석부장판사)는 18일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두바이투자청(ICD)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삼라마이더스(SM)그룹의 우방산업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번 쌍용건설 M&A는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몸집이 가벼워진 것이 주효했다. 쌍용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그간 M&A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 채무를 완전히 해소했다. 또 8500억원 수준의 채무를 채권단 출자전환(5476억원)을 통해 2100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부채로 1조원까지 높아져 있던 몸값은 2000억원대로 낮아졌다.

쌍용건설 사옥

단순히 이것만으로 국내외 업체들이 쌍용건설에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니다. 업계에선 쌍용건설의 해외건설 수주 능력이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진단한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아시아와 중동지역 발주기관의 유력인사와 친분이 두텁다는 점 등도 두바이투자청이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법정관리 중에도 쌍용건설은 기존 강점이었던 해외건설 수주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신공항 터미널과 행정청사빌딩, 다용도 상업시설 등 3건의 건축 프로젝트를 3억 달러(한화 3000억원)에 단독 수주했다. 지난 6월에는 8100만달러 규모의 말레이시아 호텔 컨벤션 센터 본 공사를 따냈다.

◆ 두바이투차청 건설 능력 확보, 쌍용건설 대외 신인도 상승

업계에서는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쌍용건설과 두바이투자청 모두 이긴 게임"이라고 평가한다. 우선 두바이투자청은 쌍용건설 인수를 통해 전략적 투자분야에 걸맞은 명성 있는 건설사 보유하게 된다.

현재 두바이투자청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중동과 아시아지역에 건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두바이는 석유가 나오지 않아 자체 개발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 투자가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M&A에 참여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두바이투자청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에서 경영계획과 종업원고용승계 등 비가격적인 부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투자청은 UAE의 부통령 겸 총리이자 두바이 국왕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이 이끄는 국부펀드다. 운용자산만 한화로 약 170조원에 달한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두바이투자청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중동과 아시아지역에 건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쌍용건설은 단순 이익 회수를 위한 사모투자펀드(PEF)가 아니라 국부펀드라는 점에서 지배구조가 안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사모펀드는 5년가량 회사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나서 투자금 회수를 위해 재매각을 한다. 두바이투자청은 이익 회수보다는 투자 분야와 개발사업을 위해 인수한 만큼 단기간에 재매각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국부펀드가 대주주로 등장함으로써 국내외 회사 신인도 대폭 상승하게 된다. 두바이투자청이 발주하는 공사도 안정적으로 수주할 수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해외사업 입찰 결과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어도 재무상태 때문에 놓친 공사만 약 4조원에 달한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최근 중동 국부펀드가 국내 개발사업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쌍용건설이 두바이투자청 자금을 통해 국내 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무섭게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매각 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아부다비투자청에서 과거 건설사를 인수해 개발사업 등에 활발하게 뛰어들어 재미를 본 사례가 있다"며 "두바이투자청은 FI(재무적투자자)가 아니라 SI(전략적 투자자) 성격이 짙어 다시 재매각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매각 무산 가능성은?…"두바이투자청 진정성 갖고 참여"

두바이투자청은 내년 1월부터 3~4주간 정밀실사를 진행하고 2월 중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인수 방법은 두바이투자청이 쌍용건설 신주인수(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참여, 그 금액 전액을 채권자협의회 채권에 상환한다.

다만 협상기간 내 우발채무가 발생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과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국제강, 독일계 엔지니어링그룹 M+W그룹 등도 해외 보증, 소송에 대한 처리 문제로 막판에 틀어졌다. 매각 가격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두바이투자청은 2000억원 미만으로 채권단에서 원하는 3000억원 수준에 못 미친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가격 등의 문제로 M&A가 중간에 틀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두바이투자청이 진정성을 갖고 M&A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상태라 본계약 체결까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