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004800)그룹 조석래 회장의 80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에 대한 공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효성의 전 재무 및 기획 담당 임원들이 줄줄이 소환돼 막판 증인 심문을 받는 가운데, 증인들은 당초 검찰 조사때와 달리 분식회계와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조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시가 없었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판 결과가 조 회장에게 예상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열린 12차 공판에 부축을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509호에서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열린 12차 공판에는 과거 효성의 재무본부 임원이었던 윤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씨는 효성이 해외 부실자산을 정리하기 위해 2005년 4월에 만든 'M자산 정리방안' 작성에 관여한 인물이다.

검찰은 윤씨가 효성의 재무담당 임원이자 이상운 부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김모 당시 전무로부터 지시를 받아 M자산 정리방안 문건을 만든 것 아니냐고 수차례 추궁했다. 당초 윤씨는 검찰 진술에서 김씨의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지만, 이날 공판에서는 이 진술을 부인했다.

윤씨는 "과거 김 전무와 비슷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적이 있어 김 전무에 해당 사실을 물어봤을 뿐, 그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다"면서 "정확히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해당 문건은 재무본부 차원에서 작성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윤씨가 검찰 조사 후 김 전무의 전화를 받고 효성 측 법무법인을 찾아가 M자산 정리방안 문건 작성과 관련해 입을 맞추지 않았느냐고 재차 질의했으나, 윤씨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을 흐렸다.

증인으로 나선 재무본부 소속 전직 임원들은 분식회계 및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재무본부 차원의 일이었을 뿐, 조 회장 등 개인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답변을 앞선 공판에서도 반복해왔다.

검찰이 압수한 각종 문건에는 조 회장 등의 지시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지만, 증인들은 이 기록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지난 1일 11차 공판 때는 효성의 홍콩법인을 관리했던 송모씨가 증인으로 나서, 페이퍼컴퍼니 설립과정 등이 기록된 '캐피탈 월드(C.W.L) 진행일지'에 대해 검찰의 집중 추궁을 받았다.

검찰은 이 문건을 근거로 송씨가 당시 종합조정실에서 일하던 이모씨를 만났을 때 '회장님 지시를 받고 책임질 테니 추진하라'라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지 않으냐고 묻자, 송씨는 "그런 말을 들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씨가 회장님 지시를 받을 예정이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이미 지시를 받았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다"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현재 효성은 김앤장과 태평양 등 대형 법률 서비스 회사로 변호인단을 꾸려 조 회장의 혐의를 변호하고 있다. 김앤장의 백창훈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와 태평양의 송우철 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 등 판사 출신의 쟁쟁한 변호사들이 효성 측을 변호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03~2008년 분식회계로 차명재산을 운영하고 국내 및 국외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800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탈세를 한 혐의로 이상운 부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과 함께 올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공판에는 조 회장과 이 부회장, 조 사장, 조현상 부사장, 효성 임직원들이 대거 참석하고 있다.

다음 13차 공판은 연말을 맞아 잠시 휴정했다가 내년 1월 5일 같은 장소에서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