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보안업체인 시만텍이 국내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과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5일 법조계와 보안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보안업체 시만텍과 원격제어서비스 전문회사 오투씨앤아이 전 직원 염모씨 등 5명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1월 24일부터 시작된 공판은 지난달 4일까지 8차례 열렸으며 이달 23일 9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오투씨앤아이는 2004년 사용자의 PC에 문제가 생겼을 때 관리자가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점검할 수 있는 '원격제어점검서비스'를 최초로 개발했다.
시만텍은 일본 진출을 위해 오투씨앤아이와 협력을 맺고 2007년부터 일본 시만텍 이용자를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이 서비스는 사후관리(AS) 비용이 높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성공했다. 특히 2010년 일본의 주요 이동통신사인 NTT커뮤니케이션즈에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만텍은 중개비로 10~20%를, 오투씨앤아이는 나머지 80~90%를 가져가면서 수익성도 크게 향상됐다. 한때 이 서비스의 월 정액 가입자는 24만명, 매출액은 100억원에 이른다. PC 원격제어점검서비스의 성장세에 힘입어 오투씨앤아이는 원격 스마트폰점검 서비스도 출시했다.
하지만 2011년 순조로왔던 일본 사업에 이상징후가 감지됐다. 오투씨앤아이의 일본 사업을 담당하던 염모씨를 비롯한 5명이 2개월 사이에 돌연 이직과 창업, 귀농, 아버지 병간호를 이유로 줄줄이 퇴사한 것이다. 이들은 회사의 영업비밀을 취급해온 핵심 인력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회사를 정리한 뒤 모두 시만텍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시만텍은 염씨 등에게 기존에 받던 연봉의 2~3배 조건과 시만텍 주식 3000주라는 파격적인 스카우트 조건을 제시했다. 경찰은 시만텍 본사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인 결과 인력 영입을 '레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영입을 추진한 것을 확인했다. 본사 이사회에서 직접 이를 위한 예산 400억원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만텍은 이들이 자리를 옮긴 무렵인2012년 8월 오투씨앤아이와의 일본 사업 계약마저도 해지하고 독자적인 원격 PC 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오투씨앤아이는 "시만텍이 기술 인력을 데려가 독자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며 "경찰 조사 결과 이직한 직원들의 노트북PC와 USB 등에서 영업비밀 자료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퇴사 후 1년간 상대 회사 직원을 채용할 수 없는 '상호 스카우트 금지 조항'을 시만텍이 어겼다는 게 오투씨앤아이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염씨 등 5명은 "이직 과정에서 우연히 옮긴 것이며 실제 사용한 기술과 자료는 기밀이 아니라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오투씨앤아이가 입은 손해는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일본 사업이 통째로 사라지면서 회사 매출도 타격을 입었다. 2011년 매출이 100억원, 순이익 2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25억원에 적자 26억원을 기록했다.
오투씨앤아이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이런 식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가는 사례가 이례적이라 당혹스럽다"며 "1심 재판만 7~8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회사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재판이 길어질 경우 매우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시만텍은 공식적인 답변을 피했다. 시만텍 관계자는 "재판에 계류 중인 사안이라 답변을 줄 수 없다"며 "시만텍은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으며, 법원이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판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