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여리박빙(如履薄氷), 현대차·롯데는 호사다마(好事多魔), 대한항공은 사면초가(四面楚歌), 현대중공업은 내우외환(內憂外患)….'

올 한 해 유난히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한 한국 재계에서 주요 대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사자성어(四字成語)로 표현한 것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올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7개월 넘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1년 만에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 처지는 '얇은 얼음판을 밟듯 몹시 위험하다'에 가깝다.

현대자동차는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놓고 삼성과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였다. 결과는 현대차의 승리. 그러나 10조원이 넘는 한전 부지 인수금액 논란으로 정몽구 회장은 배임혐의로 고발당했고, 20만원을 웃돌던 현대차 주식은 10만원대로 떨어졌다.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는 '호사다마'가 꼭 들어맞는 형국이다. 게다가 엔저(円低)를 등에 업은 일본 차의 공세와 과장연비 논란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를 보냈다.

롯데그룹의 경우 숙원 사업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의 임시 개장을 우여곡절 끝에 시작했으나 수족관 누수, 상영관 잠정 폐쇄 등 크고 작은 안전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최근 언론의 주목을 연일 받고 있는 대한항공은 사방이 적(敵)으로 둘러싸여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이달 5일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미국 JFK공항에서 일으킨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국토교통부 조사는 물론 검찰의 압수수색·출국금지 등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회항 사건 당시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던 사무장과 함께 탄 일등석 승객이 조 전 부사장의 폭언·폭행에 대해 강도 높은 증언을 해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2년 가까이 구속수감 중인 SK그룹은 파란만장(波瀾萬丈)한 한 해를 보냈다. 회장 부재 속에 유가 하락과 공급과잉으로 SK이노베이션 같은 주력사의 실적이 곤두박질쳤고 최근 SK이노베이션·텔레콤·네트웍스 등 주력 회사의 최고경영진이 모두 교체됐다. 올 9월까지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세계적인 조선업계 불황에다 노동조합 측의 파업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주요 대기업 중 상대적으로 큰 파고가 없었던 LG그룹은 실적 부진 등 어려움 끝에 회복의 실마리를 찾는 암중모색(暗中摸索)의 한 해를 보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