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유리 지갑' 직장인들이 패닉에 빠졌다. 지난해까지 소득공제 항목이었던 자녀 보육 관련 공제, 의료비 등 7개 주요 공제 항목이 세액(稅額)공제로 바뀌면서 세금 부담이 확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13월의 월급 받기가 한층 척박해진 상황 속에 투자 상품 중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소득공제 장기펀드(일명 소장펀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소장펀드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 소득자의 목돈 마련을 돕고, 침체한 국내 자산운용업계도 살리자는 취지에서 올 3월 신설됐다. 월 50만원씩 연간 최대 600만원을 투자금으로 넣으면 연말정산 때 최대 240만원에 대해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환급금 최고액이 39만6000원으로 쏠쏠하다. 귀찮아서, 여유가 없어서 소장펀드를 지나쳤던 직장인들이 소장펀드의 가치를 새로 발견하고 연말 막판 가입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당장 600만원 넣으면 39만원 세금 환급
펀드 가입 후 실제 주식 매입이 하루 뒤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달 30일 오후 3시까지 소장펀드 가입 후 입금을 해야 올해 소득공제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분기당 가입 액수 제한이 있는 연금저축 등과 달리 소장펀드는 그런 제한이 전혀 없다. 아직 가입하지 않은 사람도 이달 30일까지 600만원을 한 번에 넣으면 바로 40만원 상당의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올 3월 출시 이후 가장 인기 있었던 소장펀드는 역시 가치주·배당주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이 집계한 결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 주식형 펀드에 이달 11일까지 569억원이 몰려 1위였다. 그 뒤를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소득공제子' 펀드, KB운용의 'KB밸류포커스소득공제전환子' 펀드 등이 이었다. 신영마라톤, KB밸류포커스 같은 스테디셀러 모(母)펀드에 연동해 운용되는 소득공제 전용 상품들이다.
시중에 판매 중인 60개 소장펀드의 출시 이후 평균 수익률이 1.87%로 연초 이후 전체 일반 주식형 펀드 1477개의 평균 수익률(-4.42%)보다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판매 1위인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 펀드의 3월 17일 설정 이후 수익률은 6.22%를 달리고 있다. 소장펀드가 주는 절세 효과를 수익률로 환산하면 연 6.6% 상당으로 여기에 6.22%의 운용 수익까지 더하면 10% 넘는 수익을 안겨준 셈이다.
◇가입 대상자의 2%만 혜택 맛봐
하지만 상당수 가입 대상자들은 소장펀드의 이런 '꿀맛'을 모르고 있다. 당초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소장펀드에 4조원가량이 몰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11월 말까지 가입액이 1700억원 남짓에 그쳤다. 자본시장업계는 그야말로 허탈한 상태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로 제한한 가입 조건을 완화해달라고 정부를 설득했지만 불발로 끝났다.
현재 국내 근로 소득자 1400만명 중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사람은 87%에 달하는데, 현재 이들 중 단 2%만이 소장펀드에 가입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 김철배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연소득 1~2분위(2900만원 이하) 가계는 적자이거나 월간 흑자액이 20만원대로 미미해 주식형 펀드처럼 원금 손실 위험성이 있는 상품 투자는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실제 소장펀드 중에도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상품도 많아 11일 현재 전체 60개 상품 중 3분의 1인 21개가 3월 출시 이후 마이너스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연소득 5000만~8000만원 구간인 소득자의 경우 투자 여력이나 절세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면서 "장기 절세 상품인 소장펀드가 정착하려면 가입 대상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