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중동에 진출한 국내 병원들에게 예산 지원을 미끼로 수출 성과를 정부의 실적처럼 발표하게 해달라고 요구해 성과를 가로채려 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11일 병원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복지부는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의료시스템 등을 수출한 서울삼성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 2~3차례 전화를 걸어 "복지부 직원의 현지 동행과 홍보 활동을 지원하겠다"며 협력을 제안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복지부 관계자가 전화통화에서 현지 수출 활동을 지원하고 돈이 드는 홍보 활동을 지원하는 대신 앞으로 이뤄질 수출 성과 홍보는 복지부가 맡겠다"는 조금 특별한 전제를 달았다고 전했다.
두 병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고 자체적으로 의료시스템 수출을 추진해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킹파드병원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2015년까지 '아바타(Avatar·대역)' 마우스 기술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면역체계를 제거한 쥐에 암세포를 주입한 다음, 개별 암 환자에 적합한 치료제를 추려내는 방법이다.
분당서울대병원도 올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와 병원정보시스템 수출계약과 합작병원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2년간 국방부 소속 6개 군병원, 총 3000병상에 700억 원 규모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복지부가 아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지식서비스사업단과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복지부도 2011년 아랍에미리트(UAE)와 보건의료 협력 협정을 맺고 지속적으로 환자를 받는 등 중동 시장 확대에 매진해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UAE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에 온 환자는 351명이고, 올해도 10월말 기준 602명에 이른다. 지난해 중동 전체 환자수는 3515명으로 전년 대비 62.4%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외 환자 유치, 의료진 연수와 병원 진출 등 중동 지역의 보건의료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한국 의료로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들은 "복지부가 일부 중동에서 물꼬를 텄지만 앞으로 추진 실무는 고스란히 병원 몫"이라며 복지부의 뒷북 개입의 배경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복지부가 수출 계약이 성사되자 갑자기 과도한 의욕을 보인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 복지부가 병원들이 주도한 중동 수출에서 성과를 내고 위상을 높이고 싶어 한다는 분석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인지도가 있어 해외에서 진출 협력을 원한다고 직접 연락 오는 경우가 많다"며 "복지부의 성과에 병원 사례를 포함시키는 것은 숟가락 얹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도 "보건의료 정책 수립을 우선해야 할 복지부가 해외수출 실적 내기에 욕심을 부리고 있다"며 "병원과 의료시스템 수출은 다른 부처와 협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이 얻은 성과라고 여러 곳에서 보도된 상황에서 복지부 실적으로 올리려고 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복지부는 지속적으로 중동 국가와의 협력을 늘리고 병원 수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