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케이블드라마 '미생'이 인기입니다. 원인터내셔널(상사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장그래 사원이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직장 생활을 무척 잘 그려내고 있고, 지상파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이나 '삼각관계'가 없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미생에 빠진 건 일반 직장인들 뿐이 아닙니다. 최근 몇몇 증권사 대표이사들도 미생에 빠져 있다는 후문입니다. 한 증권사 사장은 "미생이 드라마로 나오기 이전에 웹툰으로도 이미 봤고, 지금도 가급적이면 본방을 사수하려고(정시에 TV를 통해 시청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미생을 본 대표이사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평할까요? 이 드라마는 취업난부터 시작해서 직장 내 갈등과 상사와의 관계 설정,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협력사간 갑을 관계에 대한 문제를 '조금씩이나마' 담아내고 있습니다. 대표이사들도 본인의 회사와 드라마 속 원인터내셔널의 모습을 비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증권사 대표이사들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갈등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증권사라는 특성 때문입니다.

한 증권사 대표이사는 "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정규직이 너무 철밥통이다'라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최소한 증권사만 놓고 보면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라면서 "증권사엔 비정규직이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경우가 많고, 직원들도 비정규직에 대해 크게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대표이사는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한 지인은 '나도 회사 내의 비정규직 중에 인재가 있지 않은지 꼼꼼히 살펴봐야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최소한 증권사 입장에서는 공감이 가지 않는 얘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선호하는 직원상도 '의외로' 장그래 사원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돌발 행동이 많고, 바른 말을 잘하기 때문이랍니다. 장그래 사원을 다독이면서 이끌고 가는 김 대리나 오 과장 같은 타입이라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는 말은 했습니다.

미생을 보고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무엇일까요? 대부분 "내가 사원이었을 적이 생각난다"고 말했습니다.

A증권사의 대표이사는 "드라마 도중에 '업종 이름 뒤에 맨이라는 단어가 붙는 건 상사맨과 증권맨밖에 없다'는 대사가 나왔는데 너무나 공감이 간다"면서 "우리 때도 지점의 증권맨들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세상과 부딪히면서 실적을 내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이사는 또 "그만큼 맨파워가 중요한 동네라는 뜻이 아니겠느냐"며 "하지만 요즘엔 상사도, 증권사도 과거처럼 하기 힘든 시절이라 가슴이 먹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B증권사의 대표는 "드라마를 보며 사원의 입장에서 생각했고, 내가 사원이었을 때도 떠올리게 됐다"면서 "직원 입장에서 생각하다보니 내가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실제로 사기 진작으로 이어졌는지 고민하게 됐고,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을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미생의 인기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