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이자 세계 2위 자동차용 에어컨·히터 제조 기업인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매각을 놓고 기술 유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사모(私募)펀드(PEF) 한앤컴퍼니가 한라비스테온의 유력 인수자로 부상하자 일각에서 "사모펀드는 단기 차익만 노릴 것" "결국 중국 기업으로 재매각돼 기술을 유출시키는 제2의 쌍용차가 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인 한앤컴퍼니는 이와 관련, 11일 "(중국으로 재매각은) 전혀 실체가 없는 이야기"이라고 반박하며 '먹튀' 논란을 일축했다.

대다수 금융 전문가들도 "헛소문을 갖고 정상적인 기업 M&A(인수·합병)를 흠집 내는 행위는 기업 구조조정 노력과 한국 금융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국내 구조조정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의 역할을 확대키로 한 정부 방침과도 어긋난다. 한 금융 전문가는 "'사모펀드가 인수하면 불안하다'는 식으로 근거 없이 비판하는 풍토에서는 신생 기업을 스타 기업으로 키우는 투자 생태계가 절대 탄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實體 없는 '제2 쌍용차 논란'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라비스테온의 최대 주주인 미국 비스테온은 이르면 12일 지분 69.9%를 매각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국내 PEF인 한앤컴퍼니가 3조5000억원 안팎의 금액으로 인수하는 게 유력하다. 한앤컴퍼니는 전 세계 연기금, 공공투자기관, 재단 등으로부터 재무적 투자를 유치해 국내 기업에만 투자하는 사모펀드다.

한라비스테온은 1986년 한라그룹 계열인 만도기계와 미국 포드자동차가 합작해 설립했으며 1997년 한라그룹이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1999년 비스테온에 넘어갔었다. 지난해 매출 5조1893억원, 영업이익 3635억원을 냈다. 하지만 최근 비스테온 본사의 실적 부진에 따라 지분 매각이 진행돼 한앤컴퍼니가 유력한 새 주인으로 부상한 것이다.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도 이번 매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동차산업은 완성차 회사와 부품사 간 장기적 투자와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조 기업이 아닌 투자 자본이 인수하는 게 우려된다"는 입장을 한라비스테온공조에 최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PEF의 경우 장기적인 기업 성장보다 단기 차익 달성에만 급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일부 우려가 있지만, 자본시장에서 당사자 간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 우리(현대차)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은 아니다"고 11일 밝혔다.

"중국 기업 배후說은 사실과 다르다"

한앤컴퍼니는 불필요한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11일 보도 자료를 내고 "일각에서 중국 기업 배후설을 퍼뜨리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우리가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주식을 한 주(株)라도 갖고 있는 한 '제2의 쌍용자동차 매각'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재매각은 없을 것"이라는 방침을 사실상 공개 천명한 셈이다.

한앤컴퍼니는 또 "한앤컴퍼니가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할 경우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품질 개선 등 그동안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추진해온 중장기 경쟁 강화 전략을 오히려 강화할 것"이라며 "한라비스테온공조를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조달한 뒤 기업 경영권, 부동산, 부실 채권 등을 사고팔면서 투자 수익을 남기는 펀드나 이를 운용하는 회사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