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3.4%와 3.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 5월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낮은 수치다. KDI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면 경제성장률이 3% 초반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 가능성과 대외 환경 악화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3%, 내년 1.8%로 1%대의 저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10일 '201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수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수출 증가세도 소폭 확대되면서 내년에 우리 경제가 3.5% 내외로 성장하겠지만 이러한 전망에는 하방위험이 상존한다"며 이 같이 진단했다.

KDI는 경기회복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정책은 당분간 소폭의 확장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은 최근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물가 하방 압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요구한 것이다.

◆ 올해·내년 성장률 3% 중반대 지속 전망

KDI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주요 기관 중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기획재정부(4.0%), 한국은행(3.9%), 국회예산정책처(3.8%), LG경제연구원(3.9%), 한국경제연구원(3.7%) 등은 3% 후반대를 예상하고 있다. 상당수 기관들은 올해보다 내년 성장률이 0.2~0.3%포인트 높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KDI는 비슷한 수준을 지속하거나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KDI는 "유로존의 장기 침체, 중국의 급속한 성장세 둔화, 지정학적 위험 확대로 인한 유가급등 등 세계경제 성장세가 예상한대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2015년 세계경제 전망에는 하방위험이 큰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예상을 밑돌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만약 내년에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3.3%)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른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도 3%대 초반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대내적으로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않거나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내년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기대 만큼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내년 우리 경제가 상반기엔 전년 동기 대비 3.4%, 하반기엔 3.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0.9%로 추정했다. 올해 3분기와 4분기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각각 0.9%와 0.8%로 예상했는데 내년에도 비슷한 속도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질 실효환율로 평가한 원화가치는 내년에 연평균 5% 안팎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견실한 성장세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며 원화값이 올해 평균에 비해 다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70달러 초반(두바이유)을 기록해 올해 대비 25%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 소비, 수출 전망 하향조정…물가상승률 내년에도 1%대 예상

KDI는 민간소비가 올해 1.7%, 내년 2.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5월 각각 2.7%, 3.2%에서 상당 폭 하향 조정된 것이다. KDI는 "민간소비는 올해보다 내년에 증가세가 다소 확대되겠지만 가계소득 비중 감소와 기대수명 연장 등 구조적 요인으로 경제성장률을 계속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물량 기준) 증가율은 올해 3.2%, 내년 3.6%로 지난 5월(각각 6.1%, 7.4%) 전망치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KDI는 "대(對) 중국, 유럽연합(EU) 지역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최근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수출여건이 개선돼 수출 증가세가 소폭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입 증가율은 올해 2.5%, 내년 3.8%로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증가세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올해 4.7%, 내년 3.3% 늘며 증가폭이 축소될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기업의 저조한 매출 성장과 수익성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확대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건설투자는 건설수주 확대와 주택시장 회복으로 올해 2.7%, 내년 4.7% 늘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대규모 흑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인구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내년에도 올해(905억달러)와 유사한 890억달러 내외의 큰 폭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경상수지는 저축과 투자의 차이로 저축이 투자보다 많으면 흑자가 되는데,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늘어 저축이 증가해 흑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3%, 내년 1.8%로 1%대 저물가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에선 각각 1.6%, 2.3%로 예상했었다. KDI는 "내수 개선이 완만한 가운데 공급 측 요인도 안정되면서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한다면1%대 초반의 낮은 상승률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해(50만명대 초반)보다는 축소되겠으나 40만명대를 기록해 양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고용률 상승에도 구직활동이 늘며 내년에도 올해(3.6%)와 유사한 3.5%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