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앙 브레쇼 파스퇴르연구소장

"내년 1월쯤 에볼라 치료 백신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 수분내 에볼라 감염 여부를 확진하는 진단방법도 현재 아프리카 현지에서 시험 중입니다."

세계적 생물의학연구소인 파스퇴르연구소의 크리스티앙 브레쇼(사진)소장은 9일 서울 중구 봉래동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르면 내년 5~6월쯤이면 현재 서아프리카 일대에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브레쇼 소장은 지난해 10월 퇴임한 앨리스 도트리 전 소장 후임으로 프랑스의 본부를 포함해 5개 대륙 28개국에 설립된 32개 파스퇴르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 9000명을 이끌고 있다. 경기도 판교의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설립 1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방한에 앞서 에볼라 발병국인 기니를 다녀왔다고 소개한 브레쇼 소장은 "이번에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50~70%에 이르는 등 상황은 상당히 심각하다"며 "선진국에서 쌓은 과학과 의학적 연구성과를 아프리카 국가에선 무용지물이었다는 점을 자각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파스퇴르연구소는 감염병 예방과 치료 연구에서 앞선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에도 민첩하게 대응했다. 올 초 기니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막 확산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연구진을 아프리카에 급파했다. 현지에 파견된 연구진은 감염 환자들의 분비물을 수거해 코트디부아르와 다카르에 설립된 파스퇴르연구소로 보냈고 곧 정체가 밝혀졌다. 세계적인 의학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4월호는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가 치사율이 높은 자이르(zaire)형이라는 점을 처음 밝힌 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브레쇼 소장은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는 서아프리카 일대 국가간 교류가 활발했고,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의심환자들이 감염환자들과 뒤섞여 관리되면서 감염이 확산되는 등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과 교육 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레쇼 소장은 또 "현재 파스퇴르연구소를 비롯해 다양한 제약사와 연구소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와 관련해 치료백신과 예방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며 "치료백신은 이르면 내년 1월말과 2월말 사이에, 예방백신도 내년 중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꼬박 하루가 걸리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 확진 기술을 수 분내로 단축하는 진단 기술이 서아프리카 현지에서 시험 중에 있다"며 "진단 시간이 단축되면 바이러스 확산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연말까지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과 확산, 감염 경로를 파악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최근 들어 감염자 수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하지만 파스퇴르연구소는 백신 연구를 계속하는 한편 내년에 아프리카 기니에 연구소를 신규로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브레쇼 소장은 "향후 에볼라 바이러스는 또 다시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며 "에볼라 바이러스를 비롯해 라사 바이러스나 마르브르크 바이러스처럼 신종 출혈열 등 시장성은 없지만 치료제가 꼭 필요한 질병에 관한 연구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레쇼 소장은 "서아프리카 일대에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기니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최근 한풀 꺾였다"며 "한국과 유럽 등 통제수단이 확실한 국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이 지나치게 조장되는 현상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현지에 위험을 감수면서 의료진을 파견할 필요가 있냐는 질문에 "발병국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예방적 조치에 해당한다"며 "한국의 발병 위험을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구자의 관점에서 에볼라 환자에 대비한 한국의 검역 수준은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