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5일 '채권은행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졸업하고 독자 경영을 시작한다. 2009년 구조조정을 시작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선 5년 만에 처음 나온 경영 정상화 소식이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주력 계열사도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졸업을 사실상 확정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 정상화의 '8부 능선'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선 "그룹 재건을 위해 사재(私財)를 털어가며 분투한 박삼구〈사진〉 회장의 집념이 결실을 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산업·타이어 등 워크아웃 곧 졸업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8개 채권은행의 100% 동의를 얻어 아시아나항공의 자율협약 졸업을 결의했다"고 5일 밝혔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이 내년부터 2년간 A380·350 등 신규 항공기를 집중 도입해 자금 소요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1조원 규모 기존 채권의 만기(滿期)를 2년 연장해 주기로 결의했다. 조영석 아시아나항공 상무는 "채권단이 아시아나의 독자적 경영 능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도 올 연말까지 워크아웃을 끝낼 전망이다. 2009년 구조조정 당시 3만% 넘게 치솟았던 부채비율이 올 3분기 273%로 낮아졌고, 신용등급도 BBB-에서 BBB로 상승했다. 금호산업은 지난달 '조건부 워크아웃 졸업'을 승인받았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보유 지분 57.5%를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하고 워크아웃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유동성 위기에 빠져 2009년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당시 그룹 주력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금호생명·금호렌터카·금호고속 등 계열사는 매각됐다.
박삼구 회장은 동생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2009년 7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이듬해 복귀했다. 박 회장은 이후 사재 3300억원을 출연했으며 금호산업 무상감자(減資)에 따른 손실(2500억여원)을 떠안는 등 그룹 재건에 올인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고삐를 바짝 죈 박 회장이 뜻을 이뤘다"고 말했다.
◇계열사 경영권 확보 수兆원 필요
하지만 완전한 그룹 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만만찮다. 무엇보다 주력 계열사에 대한 채권단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금호산업 경영권 확보에만 최대 5000억~6000억원이 소요된다.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의 지분 100%를 보유한 사모(私募)펀드가 금호고속 매각 대금을 애초 예상보다 2000억원 넘게 높인 것도 부담이다. 2~3년 뒤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입할 자금(7000억원대)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다 아시아나항공이 작년 7월 샌프란시스코 사고와 관련, 5일 국토교통부 재심의에서 노선 운항 정지 45일 확정 처분을 받은 것도 악재다. 160억원대의 직접 매출 감소와 향후 이미지 타격 등이 예상된다. 김세영 금호아시아나그룹 상무는 "최근 금호산업의 지분을 계속 사들이는 호반건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다른 계열사 인수 작업을 순조롭게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