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 대한 전망이 난무하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내년 원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선에서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달러에서 100달러에 이르는 극단적인 전망치도 있지만, 유가가 충분히 내렸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월 선물은 배럴당 67.38달러, 런던 ICE 선물 거래소에서 북해 브렌트유 1월 선물은 배럴당 69.92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올해 6월보다 40% 내려, 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 산유국 "현 수준에서 등락 기대"…세수 부족 우려
산유국들은 유가가 현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표정이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원유의 대체재로 떠오른 셰일가스는 생산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유가가 더 하락하면 수익성이 없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 비용은 배럴당 3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른 OPEC 회원국들도 대체로 배럴당 70달러를 지지선으로 예상했다.
유가가 60달러 밑으로 하락할 경우, 경제적으로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 산유국들은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거나 경제 성장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는 유가가 1달러 하락할 때마다 세수가 연 7억5000만달러씩 감소한다고 시티그룹은 추산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 예산을 편성했던 러시아 정부는 급하게 계획을 수정했다. 원유 관련 세입이 감소해 재정은 적자로 돌아서고,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0.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으로 하락하면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투자업계, 유가 전망치 70달러로 낮춰…정유업계 구조조정 예상
투자업계는 대체로 배럴당 70달러 전후로 전망치를 내놨다. 공급량을 줄일 열쇠를 쥔 OPEC가 단체행동을 하지 못해서다. OPEC 내에서 감산 합의를 이루더라도 러시아, 노르웨이, 미국 등이 생산량을 늘리면 원유 공급에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1분기 WTI 평균 거래가격을 배럴당 75달러로 낮췄다. 이전 전망치는 배럴당 90달러였다. 바클레이스는 2015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70달러로 제시했다. 시티그룹은 내년 WTI와 북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각각 배럴당 72달러, 80달러로 예상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유가가 2015년 내내 부진할 것이라며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85달러로 이전보다 16달러 낮췄다. UBS는 앞으로 4년 동안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업체 오펜하이머의 페이들 게이트 에너지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내년 국제 유가가 평균 배럴당 70~72달러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상당수의 투자자가 (유가가) 아직 바닥이 아니고 더 내려갈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원유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무너지면 50달러대 후반까지 떨어질 수 있지만, 투기자금이 몰려 곧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에너지 개발 업계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달 원유탐사업계 2위인 미국 핼리버튼은 3위 업체인 베이커휴즈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합병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인력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정책이 잇따를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도 야심차게 추진하던 사우스스트림 가스관 건설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유업체인 엑손모빌의 렉스 틸러슨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해저유전과 액화천연가스 개발은 수십년 동안 투자해온 분야이고, 그 사이 유가는 40달러에서 120달러까지 오르내렸다"며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로 하락하더라도 정유업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틸러슨 회장은 "(저유가는) 현금 흐름을 자세히 살피고 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등 정유업계가 기본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