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7월,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퇴진하고 그룹이 공중분해됐다. 한때 국내 완성차 시장 점유율을 27%까지 가져가며 현대차·기아차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주력 계열사 대우자동차는 2년 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매각됐다.

전방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어려워지면 자연스레 후방산업인 철강 제조·가공산업도 함께 어려워진다. 철강을 가공해 냉연강판을 만드는 대창철강(현 대창스틸)도 그랬다. 1999년 말 대창철강이 대우자동차로부터 받지 못한 매출채권 금액은 90억원에 달했다.

쌍용자동차의 협력사이기도 했던 대창스틸은 2009년 쌍용차 사태때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하는 아픔을 겪었다. 2008년 109억원이 넘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쌍용차가 법정관리와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반토막도 안 되는 49억원으로 줄었다.

문경석 부사장, 문창복 회장(왼쪽부터)

그로부터 약 5년이 지나 대창스틸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에 입성하게 됐다. 앞서 두번의 상장 실패를 딛고 이룬, 회사로서는 자랑스러운 '쾌거'다.

지난달 26일, 인천 송도 바닷가에 자리잡은 대창스틸 본사에서 창업주인 문창복 회장과 아들 문경석 부사장을 만났다. 두 부자(父子) 경영인은 각자대표이사를 맡고있다.

아버지인 문 회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자동차 회사의 주인은 바뀌더라도, 거래처가 같이 고비를 넘겨준다면 두 협력사 간 관계는 더 돈독해지는 법입니다."

아들 문 부사장도 "대우차·쌍용차 사태를 겪으며 우리 회사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때 어려움을 같이 겪었기 때문에 지금 메인 공급처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며 아버지의 의견에 동의했다.

닮은 듯 다른 두 부자 경영인은 기업 경영 철학에 있어서는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생각을 말했다. '신뢰'. 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거기 있었다. 직원이 회사를 믿고 회사는 직원을 믿으며, 거래처가 회사를 믿을 때 비로소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문 회장은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문 회장이 말하는 신뢰는, 사실 아들 문 부사장을 소개하는 목소리에 가장 많이 녹아있었다. 그는 "산업이 끝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문 부사장이 젊고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잘 대응해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대창스틸 인천 공장 내부의 모습.

신(新)·구(舊)세대의 조화 속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는 부자 경영인은 사업 역시 기존의 것과 새로운 먹거리 간 균형을 찾는 방향으로 해나가기 위해 고심 중이다.

지난해까지 대창스틸 전체 매출액의 70%는 자동차 관련 매출이 차지했다. 대창스틸은 포스코로부터 구매한 강판을 냉연가공해 한국지엠·쌍용차·기아차에 납품하고 있다. 한국지엠 매출 비중이 35.2%로 가장 크며 쌍용차 매출이 18.4%, 기아차 매출은 6.6%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자동차 관련 매출 비중은 65%까지 떨어졌다. 건설과 가전 등 신사업 매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 지난 1996년부터 철강으로 만든 이중바닥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골프장에서 쓰는 카트카와 전동 휠체어를 제조·판매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문 부사장은 "자동차 사업 매출도 꾸준히 늘리는 동시에 건설·가전 부문 고객사를 늘리기 위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해외 업체에 대한 출자를 통해 국내 산업 성장 둔화를 극복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이중바닥재인 RAF 매출은 4년 전인 2009년(97억원)에 비해 47% 증가한 14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전체 매출은 지난해 다소 감소했다. 전년 대비 9.5% 감소한 3343억원을 기록했다. 조선·건설 업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대창스틸 인천공장에서 냉연강판 가공이 이뤄지고 있다.

인천 본사에 위치한 공장을 둘러봤다. 포스코에서 보내온 강판이 롤티슈처럼 돌돌 말린 채 쌓여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대형 크레인이 강판을 들어올려 작업대로 옮기면, 철로 된 강판이 마치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가공 과정을 거쳤다.

"냉연강판은 열연강판을 식은 상태에서 단단하게 압연해 강도 높은 자동차용 강판으로 가공한 제품입니다. 이렇게 가공된 제품이 완성차 업체로 납품되면, 자동차 소재로 쓰이게 되는 거죠." 문 부사장이 설명했다.

대창스틸은 인천 공장 외에 충남 아산 공장과 경기 파주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아산 공장이 2만1930제곱미터(㎡)규모로 가장 크다. 본사와 인천 공장 규모는 6900㎡로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한편 지난달 25~26일 이틀에 걸쳐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공모주 청약은 569대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청약증거금으로 3129억원이 들어왔다. 공모가는 2500원이었다.

공모를 통해 들어오게 될 55억원의 자금을 회사는 차입금 상환과 충남 아산 공장의 설비 교체에 쓸 예정이다. 금리가 높은 차입금을 먼저 상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회사측에서는 판단했다.

다만, 공모 예정 주식 수가 220만주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자금이 필요하거나 주식 유통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여길 때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문 부사장은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다.

◆ 액면가: 500원
◆ 자본금: 834억3000만원
◆ 주요주주: 문창복(38.72%), 김복녀(25.54%), 문정훈(8.42%), 송수자(3.61%)
◆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전체 1456만6000주의 19.14%인 278만8500주
◆ 주관사(하나대투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철강산업은 국내·외 경제 상황과 높은 상관 관계를 가짐. 따라서 철강 산업은 세계·국내 경기변동과 같은 외부요인으로 인해 영업성과와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

철강산업은 철강제품의 주요 수요처가 되는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의 업황에 영향을 받고 있음. 대창스틸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매출의 약 5% 미만을 차지하고 있는RAF사업부의 경우 주로 건설 산업의 영향을 받고 있음.

한국지엠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시장 철수 결정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바오스틸 등 중국산 제품의 일부 유입으로 인해 대창스틸의 매출이 2011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 한국지엠은 또 군산공장 생산 물량 감소와 관련해 향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있는 교대제 변경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이 예상돼, 대창스틸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

철광석, 석탄·철스크랩 등의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 등에 따라 철강 가격이 심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음.

대창스틸은 포스코 지정 철강 가공 센터로서 주요 원재료의 약 95%를 포스코로부터 공급받고 있음. 만약 가공센터로서의 자격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지정 가공센터 자격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