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사진〉 우리은행장이 결국 외압(外壓)을 받아 1일 연임을 포기했다. 이 행장은 이날 오후 6시 40분쯤 돌연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연임하지 않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금융위원회로부터 물러날 것을 종용받은 뒤 임직원들에 대한 이메일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장을 뽑기 위한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를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다.
금융계에서는 당초 이순우 행장의 연임이 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최근 '서금회' 멤버인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이 차기 은행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온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만든 모임이다. 〈본지 12월 1일자 A1면 보도〉
일각에선 서금회가 정권 실세를 통해 정부 고위층을 움직여 이 행장의 연임 포기를 이끌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 '신(新)관치'가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행장은 이메일에서 "민영화라는 최대의 숙명적 과제를 안고 은행장 소임을 맡은 지 벌써 3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우리금융그룹 내 계열사 매각 등의 순차적인 민영화 작업 끝에 지금 이 순간까지 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제 저의 맡은 바 소임은 다한 것으로 여겨져 회장 취임 시 말씀드렸던 대로 이제는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의 임기는 이달 30일까지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행추위원은 "행추위가 개인(이 행장)의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행장 후보를 추천할 순 없지 않으냐"면서 "은행장 후보가 단수가 될지 복수가 될지는 2일 회의 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행추위원은 "민영화도 안 끝났는데 이 행장이 연임 포기를 암시하는 이메일을 돌려 안타깝다"며 "그렇다고 완전히 연임을 포기한다고 단정 지어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행장이 갑작스레 연임을 포기하면서 서금회의 존재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이 행장의 빈자리엔 서금회 핵심 멤버인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금회 출신인 홍성국 KDB대우증권 부사장은 지난 26일 대우증권 사장에 내정되기도 했다.
2007년 결성된 서금회는 박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금융권 동문들이 결성했다고 알려져 있다.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9월 열렸던 서금회 송년 모임이 주목받은 이후 서금회는 현재 3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회장은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이 맡고 있다.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주요 멤버다. 국민은행 행장 대행을 지낸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은 7년 동안 서금회 회장을 지내 서금회 중심 멤버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정연대 코스콤 사장,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등도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서금회를 정치권과 연결하는 고리로 꼽힌다. 우리은행 행추위는 2일 은행장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5일 추천된 후보자들에 대해 면접을 진행한 뒤 9일 임시 이사회에서 차기 행장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