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였던 올 11월 28일 하루 동안, 해외 직구(直購) 배송대행업체인 지니집에는 평소의 4배인 1200건 정도의 배송 신청이 접수됐다. 이날 신규 회원 등록은 평소의 5배를 넘었다. 이우섭 팀장은 "블랙 프라이데이 하루 전인 목요일부터 따지면 사흘 동안 배송 신청이 3000건 정도 됐다"며 "전화 상담 인원을 늘리고 해외 사무소에서도 현지 인력을 추가 채용했다"고 말했다.

'블랙 프라이데이 광풍(狂風)'이 국내 유통업계와 소비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28일 직구 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에는 접속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용자가 몰렸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상위도 아마존·이베이 등 해외 쇼핑몰과 갭·폴로 등 해외 의류업체, 몰테일 등 인기 배송대행업체가 휩쓸었다.

英 블랙프라이데이 ‘육탄전’-‘블랙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대규모 세일 기간 첫날) 쇼핑 열기는 미국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뜨거웠다. 지난 28일 영국 런던 웸블리 지역에 위치한 한 대형 마트에서 쇼핑객 두 명이 LED(발광다이오드) TV를 먼저 차지하려고 바닥에 누워 육탄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유통 기업들도 덩달아 '블랙 프라이데이 특수(特需)'를 누렸다. 11월 24일부터 백화점 상품을 최대 75% 할인한 신세계 SSG닷컴은 작년보다 매출이 50% 넘게 늘었다. 옥션은 주말 사흘 동안 해외 상품 매출이 작년의 3배 수준으로 뛰었다.

'사이버먼데이' '복싱데이' 쇼핑 熱氣

블랙 프라이데이(이하 블프) 행사는 끝났지만 12월에는 직구족(族)이 손꼽아온 해외 쇼핑 이벤트가 잇따른다. 이달 1일(현지 시각)엔 미국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가 시작된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위주로 진행되는 블프 행사가 끝난 후 직장인들이 인터넷으로 가격을 비교하고 온라인 최저가로 물건을 사는 데서 유래한 날이다. 블프보다 할인 폭이 큰 곳이 많은 데다 온라인몰 중심 이벤트인 게 매력이다.

성탄절을 전후해 연말 재고 정리 이벤트도 열린다. 미국 온라인몰에선 성탄절 이브인 12월 24일부터 31일까지 50~70% 할인 판매가 이뤄진다. 12월 26일부터는 유럽 대표 세일인 복싱 데이(Boxing Day) 이벤트가 시작된다. 이를 계기로 국내 직구 소비자들의 무대가 유럽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유성 직구팡 대표는 "대행업체들은 연말 세일에도 무료 배송, 카드사 할인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소비자 겨냥 '逆직구 마케팅' 벌여야"

국내 유통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카드 할인과 쿠폰 적립, 해외보다 빠른 서비스를 내세워 직구족의 발길을 되돌린다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롯데닷컴·롯데아이몰·엘롯데 등 패밀리 사이트와 공동으로 최대 80% 할인 판매 행사를 벌인다. 진호 마케팅부문 옴니채널팀장은 "500여개 브랜드, 300억원어치를 준비했다"며 "카드사 할인, 모바일 적립 쿠폰 등을 사용하면 5~10% 추가 할인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다음 주부터 대규모 할인 행사에 들어간다. 12월 둘째 주엔 패션 의류를 중심으로 세일을 진행하고, 12월 말에는 연말·연초 선물 시즌을 맞아 큰 행사를 연다. 11번가·현대H몰 등 10여개 온라인몰도 12월 12일 하루 동안 50% 이상 할인 판매하는 '코리안 블랙 프라이데이'를 공동 개최한다.

서용구 한국유통학회장(숙명여대 교수)은 "온라인과 배송시스템의 발달로 유통 시장에서 국경이 사라졌다"며 "국내 유통 업체들은 해외 소비자를 겨냥한 역(逆)직구 마케팅을 펼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직구를 하다 돈만 떼이거나 반품(返品)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을 조심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해외 구매 대행 사이트에 반품·환급을 요청할 때 고액의 수수료와 위약금을 요구하고 배송이 늦어지거나 아예 연락이 끊기는 일도 있다"며 주의경보를 내렸다.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

오프라인 매장을 위주로 진행되는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끝난 다음 주 월요일. 직장인들이 인터넷으로 가격을 비교하고 온라인 최저가로 물건을 사는 데서 유래됐다. 온라인몰 중심 이벤트로 블랙 프라이데이보다 할인 폭이 큰 곳이 많다.

☞복싱 데이(Boxing Day)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로 옛 유럽 영주들이 주민들에게 상자(box)에 담아 선물을 전달한 데서 유래한 날. 영국, 호주 등 영(英)연방 국가는 공휴일로 기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