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에서 올 들어 가장 많이 팔린 생선은? 정답은 대구다. 올 들어 어획량 증가와 동시에 소비가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소비도 늘었지만 공급량이 더 많아져 가격은 재작년과 비교해 20% 넘게 하락했다.

일례로 이마트에서는 올 7월부터 지금까지 대구 판매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6% 정도 증가한 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바닷물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 후 매출이 30% 넘게 줄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수산물이 식탁에 귀환(歸還)한 것이다. 작년 8월부터 급감했던 수산물 소비가 2012년 수준으로 회복됐고 일부 품목은 소비가 오히려 늘었다. 소비자들이 오염된 수산물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두려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갈치·러시아産 명태 등 수요 회복

올해 초부터 올 11월 23일까지 이마트의 수산물 매출은 360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 정도 늘었다. 특히 원전 오염수 유출로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기 전해인 2012년보다도 1% 가까이 증가했다. 작년 가을 수산물 매출이 반토막 났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시기적으로는 갈치 등이 제철을 맞는 올해 하반기가 변곡점이 됐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잡힌 제철 갈치 매출은 올 8월 28억원으로 2012년의 92% 선까지 올라왔고, 11월에는 2012년 매출을 넘어섰다. 제주도 서귀포 수산업협동조합 유통사업단의 강홍태 과장은 "작년 이맘때는 제일 많이 잡히는 크기의 갈치 경매 가격이 평소보다 30% 떨어진 10kg당 8만원대까지 하락했으나 지금은 재작년 수준인 12만원대까지 돌아갔다"며 "수요가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어는 올 8월부터 판매가 늘기 시작하더니 11월 매출은 2012년의 92% 수준까지 올라왔다. 러시아산(産) 명태는 한국인이 먹는 주요 어종(魚種) 가운데 어장이 일본 후쿠시마와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당시 판매량이 가장 많이 줄었다. 하지만 러시아산 명태 판매도 올 하반기에는 각 대형마트에서 2012년의 80% 수준까지 회복됐다.

"수산물 수입 多변화 영향도"

수산물 소비가 정상화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수산물 공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매출이 가장 많이 떨어졌던 러시아산 명태의 경우도 주요 어장인 오호츠크해와 베링해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2500~4000㎞나 떨어져 있는 데다가 해류도 일본 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학계나 업계의 설명이었다.

김현태 원양산업협회 홍보마케팅지원센터장은 "당시 소비자들은 그저 두려워하기만 했기 때문에 무조건 수산물을 안 먹었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실제로 문제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고 소비자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수산물이 다변화한 것도 수산물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세우 이마트 수산물 구매담당은 "원전 사고 이후 수입 수산물을 다양화했고 그 매출도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유통업체들은 일본과 먼 노르웨이나 영국산 고등어, 세네갈 갈치 등을 수입했다. 미국산 랍스터나 러시아산 게의 수입도 늘렸다. 롯데마트에서 올 1~10월 수입 갈치는 작년의 7배 이상이, 수입 게는 2배가 팔렸다.

박성우 해양수산부 유통가공과장은 "국내 수산업 업계가 일본 원전 사고의 여파에서 확실하게 벗어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수산물 소비가 본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