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음식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으로부터 400억원을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 2월에도 미국계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120억원을 투자받았다.

최근 IT(정보기술) 업계에 글로벌 자본의 투자가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사모펀드는 물론이고 중국 업체들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해외 투자 유치는 안정적 자금을 확보하고 글로벌 진출에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경영권 침해 등 논란도 발생하고 있다.

연이은 글로벌 자본들의 한국 투자

중국 최대 게임회사 텐센트는 올 들어 모바일 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에 1000억원대의 투자를 단행했다. 넷마블게임즈에도 5300억원을 투자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2012년에는 모바일 메신저 업체 카카오에도 720억원을 투자해 현재 다음카카오의 3대 주주다. 미국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는 최근 국내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70개를 자회사로 둔 옐로모바일에 1억달러(약 1108억원)를 투자했다.

이미 해외 자본이 득세하는 업계도 있다. 소셜커머스(공동구매) 분야 3대 업체인 티몬·쿠팡·위메프 중 2곳이 사실상 외국 기업이다. 티몬은 2010년 신현성 창업자가 설립한 지 1년 만인 2011년 미국 리빙소셜에 4000억원에 팔린 데 이어 작년 11월 미국 그루폰에 재매각됐다. 쿠팡도 올 5월 미국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1억달러(약 1108억원)를 투자받는 등 외국계 자본이 상당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에서는 글로벌 자본의 투자를 긍정적인 신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성장하는 기업에 꼭 필요한 자금을 수혈하는 데다, 해외 시장 진출에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시삼십삼분과 넷마블게임즈는 "이번 투자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도 골드만삭스의 투자 유치를 계기로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자율성 침해 논란도

하지만 해외 자본의 유입이 기업의 경영권·자율성을 침해해 성장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몬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셜커머스 업체의 방문자 순위(월간 기준)는 쿠팡(1235만명), 위메프(1234만명), 티몬(969만명) 순이었다. 국내 1위였던 티몬이 두 차례의 매각을 거치면서 작년 말부터 선두 자리를 내준 것이다.

게다가 티몬은 또다시 주인이 바뀔지도 모르는 처지가 됐다. 티몬을 인수한 그루폰이 경영난으로 인해 지분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티몬 측은 "미래 성장을 위한 재무적 투자자를 찾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국에서도 투자 자본의 경영권 간섭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은 자신이 투자한 애플에 "자사주를 매입해서 주가를 끌어올리라"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또 사모펀드 엘리엇사(社)는 데이터 저장장치 업체 EMC 주식 2%를 확보한 뒤 소프트웨어 자회사 VM웨어를 분할해 기업 가치를 향상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당한 주주 권리 행사라고 주장하지만 해당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비치기도 한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국내 시장에서 발을 넓힐 경우 이와 비슷한 사례가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1위 포털업체 네이버가 투자 자본에 휘둘릴 우려가 제기된다.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의 지분율이 4.64%에 불과한 데다 지분의 60% 이상을 해외 펀드 등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네이버는 "우호 지분이 많은 데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기 때문에 해외 자본에 의한 경영권 침해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글로벌 자본의 투자는 자금을 조달하고, 해외 진출 노하우를 얻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면서도 "단기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조치 등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