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제 유가 하락이 국내 경기(景氣)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를 모두 수입하는 국내 산업구조상 비용 감소 효과가 크고 유가 하락에 따른 소비 활성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박사는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국제 유가는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유가 하락으로 소비가 활성화되고 기업 투자가 확대되는 등 국내 경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국제 유가가 10% 내리면 국내 소비(0.68%)와 수출(1.19%)이 증가하고, 소비자 물가는 0.46% 정도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산업별로는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이 확실한 항공·물류업계가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일례로 올 3분기 대한항공의 매출액은 3조1652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0.6% 감소했으나 유류(油類) 비용 절감으로 영업이익(2407억원)은 50.4%나 늘었다. 국제 유가 급락 소식이 전해진 28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株價)는 전날보다 각각 4.7%, 9.7% 상승했다.

유가가 계속 하락할 경우 소비자들의 유류비 부담과 겨울 난방비 부담도 한결 가벼워진다. 최근 휘발유 가격의 하향 안정세가 유지되면서 수도권에도 1500원대 주유소가 등장했다. 2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고양 등 주유소 다섯 곳의 일반 휘발유 판매 가격은 1L당 1597원까지 내렸다. 이날 전국 평균 판매 가격은 1711.76원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내내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정유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제 유가 여파로 매출 하락은 물론, 이미 보유한 원유와 석유 제품 재고(在庫)의 자산 가치가 떨어져 손실이 불가피하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올 4분기도 실적 개선이 힘든 상황이지만 재고 관리 효율을 높이고 원재료 도입 다변화로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중공업·플랜트 업계는 해상 유전 개발 관련 플랜트 발주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악재(惡材)로 받아들이고 있다.

수도권에도 1500원대 주유소 등장 - 국제 유가 하락이 영향을 주면서 주유소 기름값도 하락하고 있다. 28일 경기도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무연 휘발유 가격을 1597원으로 고쳐 달고 있다.

유가 하향세가 오래갈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 과잉이 심각한 만큼 유가 하락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가 겹치는 현상)을 고착시킬 수도 있다"며 "유가 안정을 기회로 국내 산업구조의 경쟁력을 높이고 물가 압력이 낮은 상황에서 내수(內需) 수요를 적극 진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