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불경기나 비수기라고 해도 '진정한 명품(名品)'을 만들면 반드시 길이 열립니다."

최근 내수 침체와 캠핑 문화 확산 등으로 국내 골프·리조트 업계가 정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지만, 리조트 전문 개발 기업 에머슨퍼시픽그룹 이만규(44·사진) 대표(CEO)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휴식을 위해 찾은 고객의 시간을 최대한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면 성장 가능성은 얼마든지 충분하다"고 말했다.

에머슨퍼시픽그룹은 전국에 5개 골프장(총 117홀)을 보유한 국내 최고급 리조트 전문 개발 업체다. 2006년 국내 최초로 리조트 개념을 도입한 '힐튼 남해 골프&스파'를 개발한 데 이어 2010년에는 경기도 가평의 한 골프장을 개·보수해 최고급 골프장(아난티클럽 서울)으로 탈바꿈시켰다.

최근에는 서울과 부산 인근에 고급 프리미엄 리조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 4월 경기도 가평 '아난티클럽 서울' 인근에 1채당 가격이 20억원대인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77채)을 분양해 현재 70%의 계약률을 기록 중이다. 2010년 골프장 개장 당시 3억3000만원(무기명 회원권 기준)이었던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최근 4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요즘 콘도·골프 회원권 시장이 최악(最惡)의 불황을 겪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올 3월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10분 거리에 개인 해변을 둔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90채)와 6성급 '힐튼 부산 호텔'(306실)을 착공했다. 특히 347㎡(약 105평) 크기의 객실에 테라스와 개인 수영장이 들어서는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는 지난 5월 사전(事前) 청약을 받은 이후 60% 넘게 예약이 끝났다.

"부산은 해안선이 복잡하면서도 예쁜 리아스식 해변을 갖고 있는데도 고급형 휴양지 개발이 거의 없었습니다. 더욱이 세계 4위의 무역항인 부산에서 도심과 10분 거리에 개인 해변을 가진 최고급 리조트와 호텔이 지어진다면 한국의 대표적 명소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너무 화려하고 복잡한 시설은 리조트 사업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골프장이나 리조트를 가 보면 외관을 대리석이나 샹들리에로 너무 화려하게 치장한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진정한 명품이라면 값비싼 시설로만 채우는 게 아니라 건물 외관과 조명, 조경 등 리조트 전체 구성 요소가 조화를 이뤄 고객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는 또 "우리나라 휴양 시설은 외딴곳이나 너무 혼잡한 지역에 지어지는 게 대부분"이라며 "수영장이나 레스토랑을 찾아도 온통 사람으로 북적거려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 대표가 최근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고객들이 오랫동안 즐겨 찾을 수 있는 최고급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는 모든 객실에서 바다를 즐길 수 있도록 계단식으로 배치하고 에어컨 없이도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설계했다.

이 대표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면 시장에서 외면받지 않는다"며 "고객이 시간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낼 때 가치가 있는지를 분석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준다면 리조트 업계도 얼마든지 승산(勝算)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