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001440)이 막대한 부채문제로 새 주인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전선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이 회사는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이 올 9월부터 매각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본입찰에 참여한 곳은 국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 한 곳뿐이며, 업계에서는 현재로선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대한전선의 부채는 1조2600억원. 차입금은 7000억원에 달한다. 2004년 본업인 전선업 외에 부동산 개발과 레저 등에 무리하게 투자를 하면서 완전 자본잠식(부채가 자본을 초과)은 물론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은 우발채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 채권단 출자전환해도 부채 많아 인수매력 떨어져
26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1월까지 대한전선 매각을 매듭짓겠다는 채권단의 계획은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입찰에 참여한 한앤컴퍼니와 채권단 간에 의견조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앤컴퍼니는 채권단에 출자전환(채권단이 채권 대신 주식을 갖는 것)을 더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가 채권단의 기대에 못 미치는 조건을 제시한 것은 은행 빛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한전선이 채권단에 갚아야 하는 빚은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채권단은 절반 수준인 7000억원을 출자전환해서 탕감해줬다. 하지만 올 1분기 기준 부채는 여전히 1조2600억원에 달했다. 인수자가 채권단이 출자전환한 7000억원어치의 지분만 사들인다 하더라도 남아있는 부채 등을 감안하면 인수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매각 주관사인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여전히 매각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 상장폐지 막을려고 감자…부채비율도 악재
대한전선이 이달 20일 실시한 5대1 무상감자도 매각 작업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무상감자란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자본금을 줄이는 것을 뜻한다. 대한전선의 자본금은 5196억원에서 1039억원으로 줄어들고, 자본잠식률은 68%에서 10~15%대로 낮아진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내년에 관리종목지정을 피하기 위해 감자를 결정했다"며 "자본잠식률을 개선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1년간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 상태가 2년 이상 계속되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회사가 관리종목지정은 피할 수 있겠지만, 자본금이 줄어든 만큼 투자를 받아야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잠식률을 낮추는 것 외에 구체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재무제표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우발채무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대한전선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려면 경쟁력 있는 사업을 분할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각이 지연되면서 회사의 빚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 3대 이어진 우량기업 몰락의 발단은…
대한전선은 전선 사업을 중심으로 한우물에 주력했던 회사다. 광통신 케이블과 전력케이블 등을 비롯해 1980년에는 국내 최초로 원자력케이블을 생산하며 승승장구했다. 창업자 고 설경동 회장과 2대 고 설원량 회장이 회사를 이끌면서 2000년대 초까지 국내 전선업계 1위를 기록했다.
회사의 위기는 2대 설원량 회장이 2004년 별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레저와 부동산 개발 등 본업과 관계 없는 영역으로 외형불리기에 나선 것. 무주리조트와 전북 고창 선운레이크밸리 골프장을 인수했다.
그러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고, 현금 흐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사업 확대에 따른 차입금이 원인이었다. 2009년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었고, 3년간 2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팔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진 못했다. 3년간 진행된 구조조정에 매각할만한 자산도 거의 남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0월, 오너 3세 설윤석 사장은 경영권을 포기하고 사임했다. 채권단이 회사 빚의 절반 수준인7000억원을 출자전환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너가의 지분은 1% 수준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