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41·사진) 제일모직 패션 부문 사장이 한국 패션 디자이너들의 후원자(後援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최근 10년 동안 세계에서 활동하는 유망 디자이너를 발굴해 아무 조건 없이 지원해오고 있다.
25일 10회째 수상자를 배출한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일모직은 이날 "올해 수상자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계한희(27)씨와 일본 도쿄를 주 무대로 뛰고 있는 박종우(30)씨 등 2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두 수상자는 각각 10만달러(약 1억1100만원)씩을 지원받는다.
이 펀드는 2005년 이서현 사장이 상무보 시절 주도해 만들었다. 서울예술고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 사장은 "세계적인 디자인 학교에서 수십년째 많은 한국계 졸업생들이 졸업하고 있는데 정작 세계적인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는 없다"며 "우리 회사라도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회사 내에서 "지원 대상자 선정을 잠시 중단하자"는 여론도 있었으나, 이 사장은 "패션 업계와 한 약속을 어길 수 없다"며 강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일모직이 올해까지 10년간 17개 팀에 지원한 금액만 250만달러(약 27억8300만원)에 달한다.
이 사장은 광고 사업은 물론, 전자와 패션의 협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09년 12월 제일기획에 몸담은 그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 사장이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맡고 있는 제일기획은 25일 영국 광고 회사인 아이리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2012년에도 중국 브라보와 미국 매키니 등 광고 회사 인수를 주도했다.
이 사장은 또 2012년부터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임원진과 정례 전략 회의를 열어 ICT(정보통신기술)와 패션의 융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제일모직이 올 9월 내놓은 근거리무선통신(NFC)칩이 부착된 남성 정장(正裝) 로가디스 '스마트수트 2.0'이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정장은 올 9월부터 11월 현재까지 남성복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작년 동기 대비 260% 정도 매출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