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영업대행사(CSO)는 제약사보다 불법 리베이트 제공이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세청이 제약사 80여곳을 대상으로 최근 4년간 사용한 상품권의 사용명세 조사에 착수하면서 제약영업대행사(CSO)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CSO는 제약사와 계약을 맺고 특정 의약품에 대한 영업을 대신해주는 전문대행사다.

25일 제약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세청이 제약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뒤 제약 관련 온라인사이트에는 CSO에 관한 언급이 부쩍 늘었다.

제약사의 과거 영업 행적까지 추적해 처벌하려는 정부 조치가 나오자 업계 관계자들이 '차라리 CSO에 영업을 맡기는 게 속 편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조사 대상에 오른 제약사들이 상품권 사용 내역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할뿐 아니라 용도를 알고 있어도 입밖에 꺼내기 어렵다. 상품권 대부분이 불법 리베이트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돼 사용 내역을 밝히는 순간 파장이 의료계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의 한 고위 임원은 "불법 리베이트를 단속하려는 정부의 시선이 제약사에 집중돼 있지만 CSO는 비교적 자유롭다"며 "추징금을 납부할 처지에 놓인 제약사들이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CSO는 제약사나 의약품도매업체에서 일하던 영업사원들이 독립해 세우는 경우가 많다. 주로 영업에 자신있는 사람들이 의기투합한 형태라 영업 수완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디스 인터내셔널과 인벤티브 헬스 코리아, 평창P&C가 대표적인 CSO로 평가된다.

CSO는 영업력이 떨어지는 중소 제약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조직으로 여겨진다. 대형 제약사들의 영업망 독점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다는 점도 순기능으로 꼽힌다.

반면 정부 통제를 덜 받다보니 불법 리베이트가 활발한 사각지대로도 불린다. 2011년 이후 정부가 '리베이트 쌍벌제'와 '투아웃제'를 도입하면서 리베이트 제공 창구로 악용하는 제약사들도 늘었다. 리베이트를 준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CSO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특정 품목에 대한 영업권을 통째로 위임받는 CSO는 마진을 많이 남기는 만큼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라 리베이트를 더 적극적으로 제공한다"며 "그럼에도 정부 단속에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8월 "CSO의 리베이트 사실을 적발히면 발주처인 제약사에게 전부 또는 일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한국제약협회가 리베이트 쌍벌제 관련 법령에 CSO에 대한 명시가 없다며 유권해석을 의뢰하자 복지부가 답을 준 것이다.

제약업계 한편에선 이 유권해석을 근거로 CSO가 더는 안전한 리베이트 창구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대형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가 부담이 된다고 CSO 이용 비중을 늘리는 제약사는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