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 시승 차량을 건네받기 위해 나왔다가 '어, S클래스가 잘못 왔나?' 잠시 착각했다. 신형 C클래스가 '미니 S클래스'라는 소문은 허풍이 아니었다. 특히 측면 약간 뒤쪽에서 봤을 때는 신형 S클래스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긴 보닛과 짧은 트렁크는 이전 모델보다 강인하고 남성적이었다.

S클래스와 닮았다는 인상은 차량 내부로 이어졌다. 운전석 차 문 안쪽 손잡이 주변 모여 있는 각종 버튼은 그 하나하나의 디자인이나 구성이 S클래스 못지않게 고급스러웠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스티어링 휠은 디자인이나 가죽의 질감, 손에 찰싹 붙는 그립감이 훌륭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차 문과 스티어링 휠은 의외로 가벼웠다. 독일 차라고 하면 '무겁지 않으면서 기분 좋게 묵직하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차의 도어와 휠은 경박하달까, 일본 차 같았다. 이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경량화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인 듯하다. 이번에 출시된 C클래스는 알루미늄과 철을 혼합한 차체를 사용해 기존 100% 철제 차체보다 최대 70㎏ 이상 가벼워졌다. 덕분에 연비가 크게 개선됐다. 휘발유 모델은 L당 12.1㎞로 이전 모델보다 9%, 디젤 모델은 17.4㎞로 12%나 향상됐다.

스티어링 휠 뒤 왼쪽에 방향 지시등과 와이퍼, 핸들 열선, 크루즈 컨트롤 등을 조정하는 레버 여러 개가 모여 있는데, 상당히 복잡해 처음에는 작동하기 쉽지 않았다. 센터페시아 중앙 상단에 아이패드 미니 정도 크기의 모니터가 달려 있다. 이 모니터에 표시되는 기능을 조정하는 터치패드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다. 옛날 컴퓨터 게임용 조이스틱과 비슷한 터치패드는 다루기 편할 듯 보였으나, 실제 작동해보니 생각 같지는 않았다. 내비게이션은 독일 경쟁사보다는 진일보했지만 국산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불편했다.

시승 차량은 디젤 엔진이었지만 시동을 걸어도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천천히 시내 주행을 시작했다. 차가 일제 차 혹은 국산차처럼 가벼웠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진입해 달리기 시작하자 '역시 벤츠'였다. 핸들은 묵직해졌고, 하체는 탄탄해졌다.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은 것처럼 울퉁불퉁한 길이건 급한 코너건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혹은 의도하는 대로 달리고 돌고 멈춰 섰다.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레스토랑 '꺄브 뒤 꼬숑'의 프랑스 저장 음식 파테.

신형 벤츠 C클래스는 이른바 '세컨드 레스토랑(second restaurant)'을 연상케 했다. 세컨드 레스토랑이란 유명 고급 음식점에서 더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여는 두 번째 식당을 말한다. 본점이 값비싼 최고급 요리를 낸다면, 세컨드 레스토랑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중적인 요리를 제공한다. 그렇다고 식재료의 품질이나 요리사의 솜씨가 떨어지는 건 아니니, 가격 대비 더 큰 만족을 얻을 때도 있다.

대표적인 세컨드 레스토랑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있는 부숑(Bouchon)이다. 부숑은 미국은 물론 세계 최고 식당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의 세컨드 레스토랑이다. 두 식당의 오너셰프(주방장 겸 주인)인 토마스 켈러(Keller)는 프렌치 론드리에서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최첨단 창작 요리를 수십만원짜리 코스로 내는 한편, 부숑에서는 비스트로(bistro ·프랑스식 대중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 프랑스 음식을 아주 맛있게 낸다.

국내에서는 최근 서울 한남동에 문 연 에피세리 콜라주(Epicerie Collage)와 신사동 도산공원 앞 꺄브 뒤 꼬숑(Cave du Cochon)을 세컨드 레스토랑으로 꼽을 수 있다. 에피세리 콜라주는 요즘 가장 '핫'하다는 레스토랑 수마린(Sous Marin)에서 낸 델리형 매장으로, 브런치를 먹고 서양과 동양 각국의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꺄브 뒤 꼬숑은 청담동에 있는 프랑스 음식점 레스쁘아(L'Espoir) 임기학 셰프가 오픈한 와인바로, 매장에서 직접 만든 햄·소시지 등을 안주로 낸다. 두 곳 모두 맛은 본점 뺨친다. C클래스가 S클래스 못지않은 가격 대비 만족도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