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문을 연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독일의 'MAI 카본(carbon·탄소) 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뮌헨과 아우크스부르크·잉골슈타트에 72개 탄소산업 관련 회사와 연구기관들이 모여 산학연(産學硏)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전북과 효성은 전북센터에 국내 탄소섬유와 관련된 모든 아이디어와 기술·자금을 모으겠다는 청사진이다. 탄소섬유는 철(鐵)보다 가볍지만 강도가 높아 항공기·자동차·선박·골프채 등에 적용돼 기존 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씽큐(C'incu) 스페이스'로 불리는 본원(本院)과 일반보육센터,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로 구성된다. 본원에서는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와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고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설계→모형제작→개선→시제품→자금→창업·사업화' 등 상품화 전(全) 과정을 지원한다. 효성은 이를 위해 30개 연구 기관의 기술과 특허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검색할 수 있게 했고, 3D 프린터와 레이저 조각기도 갖췄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전북 전주 완산구의‘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전시장을 송하진(오른쪽) 전북지사와 함께 돌아보다 한국게임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씽큐(C'incu) 스페이스'라는 이름은 탄소·문화·창조의 영문 앞글자인 'C'와 '인큐베이팅(incubating)' 앞글자의 합성어로 아이디어를 키워 결실을 보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효성 관계자는 "상용화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는 일반보육센터로 옮겨 6개월간 창업 교육과 상용화를 위한 전문 시제품을 제작한다"며 "이 클러스터에서 100개의 한국형 히든챔피언(강소기업)을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내년 7월 완공될 예정인 효성 전주공장 인근에 있는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는 탄소섬유를 아이디어로 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게 주 임무다. 20개의 유망 벤처를 선정한 다음 자금 지원과 경영 노하우 전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판로 개척 등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효성그룹과 전북은 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그동안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일본 도레이와 데이진, 미국 SGL그룹 등이 독점해왔다. 효성은 2000년 초반부터 10여년간 2000억원을 투자해 2011년 고성능 탄소섬유를 개발했고 이듬해부터 상업 생산하고 있다. 탄소섬유 세계시장은 현재 20억달러(약 2조2270억원) 규모이지만,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해 2030년에는 100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북에 탄소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한국은 2020년쯤 세계 3위 수준의 탄소섬유 관련 기술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