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애물단지'로 불렸던 LG디스플레이가 TV와 스마트폰용 부품 시장에서 선전(善戰)하면서 LG그룹을 대표하는 회사로 떠올랐다. 올 10월 세계 UHD(초고화질) TV용 패널 시장에서 처음 1위 자리에 올랐고, 애플의 신형 아이폰에도 부품을 공급하면서 실적이 급성장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에 매출 6조5469억원, 영업이익 4741억원을 기록했다. 이익은 LG전자·LG화학보다 각각 128억원, 1165억원 많다. 특히 LG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그룹 내 최대 이익을 달성한 것이어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 의존도 낮추고 다각화로 실적 향상

LG디스플레이는 TV나 스마트폰, PC 모니터 등의 화면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패널을 생산한다. LG전자·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TV 제조업체들은 이 패널에 다른 전자부품을 붙여서 완제품을 만든다.

LG디스플레이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6분기 연속 적자(赤字)를 냈다. 당시 누적적자가 총 1조3620억원에 달해 LG그룹 전체에 큰 부담을 줬다. 경기도 파주에 최신 공장을 건설해 패널 공급 물량을 크게 늘렸지만, 생산량의 40~50%를 사가던 LG전자의 스마트폰·TV 사업이 부진하면서 연쇄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때 생존을 위해 선택한 전략이 바로 다각화(多角化)였다. 그룹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외부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는 것. 우선 중국 TV 업체들에는 고화질, 고품질 TV용 패널을 중저가에 제공했다. 이를 위해 올 9월에는 중국 광저우(廣州)에 대형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장을 지었다. 여기서 만든 패널은 인근에 있는 스카이워스 TV 공장에 바로 납품된다. 부품부터 TV 생산까지 한곳에서 바로 진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주요 거래처인 애플과는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협업을 진행해 고선명 제품인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내놓았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애플에 아이폰·아이패드용 패널을 납품하는 데 이어 중국 스카이워스·창훙 등 대형 TV업체에도 패널을 납품한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성장한 샤오미도 주요 거래처 중 하나다. LG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30%대로 낮아졌다.

반면 비슷한 사업구조를 지닌 삼성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생산 물량의 60% 이상을 삼성전자에 납품한다. 삼성 스마트폰이 승승장구할 때는 호시절을 누렸지만, 스마트폰 사업이 악화되자 부품 계열사들이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올 1분기 800억원의 적자를 냈던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에도 600억원 흑자에 그쳤다.

OLED 라인 증설 등 신규 투자 확대

LG디스플레이는 올 4분기 7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성수기를 맞아 스마트폰·TV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애널리스트는 "대형 TV용 패널 가격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파주공장에 7000억원을 투자해 OLED (발광다이오드) TV용 패널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OLED는 화면이 밝고 선명해 차세대 TV용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이 라인을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OLED 패널 생산량이 현재보다 4배 이상 늘어난다.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대표이사(사장)는 "생산량이 늘면 OLED TV 가격이 내려가서 대중화될 것"이라며 "수율 향상, 원가 경쟁력 개선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