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 낮 서울 종로3가에 있는 한 귀금속 상점에서 주부 박지영(34)씨가 돌 반지를 고르고 있었다. 박씨는 "재작년에 25만원 하던 1돈짜리 돌 반지가 지금은 18만~19만원이라고 해서 찾아왔다"며 "반돈짜리 반지는 선물해도 부담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상점 벽 대형 모니터에는 '오늘의 순금 시세:17만2500원(1돈·3.75g)'이라는 문구가 깜빡이고 있었다. 상점 직원은 "작년에는 하루 10개도 안 나가던 돌 반지가 올 9월부터 60개 넘게 팔린다"고 말했다.

금값이 4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금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1~2년간 자취를 감췄던 '돌 반지'가 다시 팔리기 시작했고, 소장용 금붙이와 골드바 판매량도 껑충 뛰었다. 시중 은행의 금 금융상품 판매와 한국거래소 금 시장의 거래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 정보 업체 텐포어(Tenfore)에 따르면 국제 금 시세는 2011년 9월 22일 최고점인 6만7310원(1g 기준)을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해 이달 21일에는 4만2700원을 기록했다. 이달 7일에는 3만9880원까지 떨어졌었다.

돌 반지·금돼지·금두꺼비 돌아왔다

민간 금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의 송종길 이사는 "최근 2~3년 동안 시들했던 돼지·십장생·행운의 열쇠·두꺼비 같은 순금 기념품의 인기가 살아나면서 최신 유행을 반영한 금거북선·금이순신장군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9월 CJ그룹의 미디어부문 계열사 CJ E&M은 서울 종로의 한 금 거래소에서 12돈(45g)짜리 230만원대 금거북선 133개(3억여원)를 주문해 귀금속 업계에 화제가 됐다.

CJ그룹 관계자는 "관객 수 1700만명을 돌파한 '명량'의 흥행 성공을 기념해 영화 제작에 관여한 직원 133명에게 순금 거북선을 인센티브로 줬다"며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대사에서 착안해 '12돈' 금거북선을 맞췄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돌 반지·골드바·순금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3% 늘었다. '골드바'의 경우 판매량이 올 들어 2011년의 7배 이상으로 늘었다.

TV 홈쇼핑에서도 금 판매가 늘었다. 현대홈쇼핑은 20일 순금 판매 방송에서 50g짜리 골드바(368만원)를 1200개 파는 등 2시간 만에 모두 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CJ오쇼핑은 지난해 120억원 규모였던 금 판매량이 올해 38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금 투자 신중해야…금값 더 떨어질 듯"

금값 하락은 최근 달러 가치의 상승과 관련이 깊다. 보통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인플레이션을 대비해 금을 사두려는 수요가 늘면서 금값이 올라간다.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달러 가치는 2011년 9월에는 달러당 76엔(円)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18엔으로 55% 정도 올랐다.

앞으로 금값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시세 차익을 노리는 금 투자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 금 시장은 올 3월 개설 이후 9월 말까지 하루 평균 거래량이 3.8㎏에 그쳤으나 지난달 8.5㎏으로 급증했다. 이달 들어서는 9.9㎏에 육박한다. 한국거래소 공도현 금시장운영팀장은 "금값이 조만간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거래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당분간 금값이 오를 가능성이 낮아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고은진 팀장은 "미국의 경기 회복과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면 당분간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