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을 내 자식들에게 주는 건데 왜 이리 복잡하고 따져야 할 게 많습니까."
고령화 사회에 부(富)의 이전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상속과 증여 때문에 고민하는 고령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상속과 증여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조차 헷갈릴 정도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자녀에게 재산을 최대한 온전히 물려주고 싶어하는 고령자들 입장에선 최대 50%에 달하는 상속·증여 세금은 장애물이긴 하다. 그래도 미리 준비할수록 상속과 증여 세금의 절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상속·증여와 관련해 꼭 알아둬야 할 체크 포인트 3가지를 소개한다.
◇자산 10억원 안 넘으면 상속 유리
상속세나 증여세는 세율이 같지만 세금에 있어서는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잘 따져봐야 한다. 상속세나 증여세는 똑같이 누진세 구조를 취하고 있다. 다만 상속세는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증여세는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15억원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상속을 선택하면 15억원을 기준으로 한 번의 세금이 매겨지고 이를 상속인이 나누어 내게 된다. 그러나 15억원을 3명의 자녀에게 똑같이 증여한다면 5억원을 기준으로 자녀마다 한 번씩, 총 세 번의 세금이 매겨지게 된다.
그렇다면 증여가 무조건 상속보다 유리한 걸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상속에는 각종 공제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 최대 30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고, 자녀까지 있으면 최소 10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상속이 발생할 경우 10억원이 넘지 않는 돈이 남아 있다면, 상속세는 0원이 된다. 물론 증여에도 공제 제도가 있긴 하다. 증여의 경우는 10년을 한도로 배우자에게는 6억원, 자녀에게는 5000만원(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 면세 한도가 있다. 다만 증여 공제 효과를 잘 챙기려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배우자와 자녀 2명을 둔 60세의 고령자가 30년 세테크 플랜을 세운다면, 배우자에게 최대 18억원, 자녀들에게 각각 1억5000만원, 합계 최대 21억원까지는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참고로 증여와 관련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녀에게 각각 5000만원씩 줄 수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준 돈을 합하여 5000만원이 넘으면 자녀는 그 초과분에 대하여 증여세를 내야 한다. 또 만약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자에게 준 돈이 있다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돈까지 더해 10년간 5000만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자녀에게 돈을 주어야 자녀는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증여도 하고, 효도도 받으려면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준 후, 자녀가 효도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부모가 자녀에 대한 증여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만약 부모가 '아파트를 자녀에게 줄 테니 일정 기간 나를 부양하라'는 것을 조건으로 증여하면 어떨까? 이는 부담부 증여의 한 예이다. 부담부 증여란 '증여받는 사람이 일정한 의무를 부담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증여'를 말한다. 부담부 증여는 쌍방 모두 의무가 있는 계약이다. 따라서 부담의무 있는 상대방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비록 증여 계약이 이행되고 부동산 등기까지 넘어갔다 하더라도 증여자는 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부모가 '일정 기간 자신을 부양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는 증여받은 아파트를 반환할 것'을 조건으로 자녀에게 아파트를 증여한다면, 추후 자녀의 부양의무 불이행 시 증여 계약을 깨고 그 아파트를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구두보다는 서면 증여 효력 높아
증여는 '무상으로 재산을 준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을 말한다. 증여를 확실히 하려면 구두보다는 서면으로 증여계약서를 써두는 것이 가장 좋다. 민법에 의하면, 말로만 한 증여는 실제로 증여 물건을 상대방에게 넘겨 주기 전까지는 아무런 제한 없이 없던 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증여를 받고자 하는 사람이 내용을 녹음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서면으로 증여계약서를 작성하면 계약 구속력이 발생하게 되고, 상대방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