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자체감사를 통해 협력사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직원들을 적발했다. 원전 방화벽 밀봉재 보수공사 감독을 소홀히 한 직원들도 적발하는 등 모두 13명의 한수원 직원이 이번 감사에서 징계처분을 받았다.
20일 한수원의 '2014년 3분기 자체감사 업무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한빛원전 5·6호기 방화벽 밀봉재 보수공사 감독을 맡은 한수원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은 방사선 차폐와 홍수 방호를 위해 주기적으로 원전 방화벽의 밀봉재 시공 상태를 점검하고 문제가 있으면 보완 작업을 해야 한다. 문제가 된 한빛원전 5·6호기 방화벽 밀봉재 보수공사도 이런 맥락에서 진행됐다. 방화벽 밀봉공사가 제대로 시공되지 않으면 올해 8월 빗물 때문에 원전 가동이 정지된 고리2호기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밀봉재 보수공사 감독을 맡은 한수원 직원들은 당연히 공사를 맡은 업체가 보수작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한빛원전 5·6호기 방화벽 밀봉재 보수공사 감독을 맡은 한수원 직원들은 이런 감독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한수원이 밀봉공사가 완료된 한빛 6호기 181개소를 대상으로 공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검사한 결과, 3개소는 아예 밀봉공사를 하지도 않았고, 11개소는 시공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공사가 부실하게 시공돼 홍수방호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며 "밀봉공사 대상 장소 전체의 시공상태를 조사해보면 제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수원 직원이 협력업체의 비상장주식을 취득한 경우도 있었다. 한수원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내부감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4명의 직원이 협력업체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본인의 직무와 관련 있는 타인의 기업에 투자할 수가 없다. 한수원 직원은 협력업체 비상장주식에 당연히 투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적발된 한수원 직원들은 예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협력업체 비상장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고, 자신들이 투자한 협력업체와 관련된 업무까지 맡으며 특혜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월성원전에서는 내부 정보통신 시스템 이용에 필요한 직원 ID와 비밀번호가 외부에 유출되는 일도 있었다. 월성원전 직원은 정보통신시설 고장 보수 용역공사를 수주한 협력업체 직원에게 자신의 ID와 비밀번호를 제공해 필요한 자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한수원 내부 문서가 언제든 유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고리·한빛원전에서 직원 ID와 비밀번호가 유출되면서 큰 문제가 됐는데, 다른 원전에서도 관행처럼 비슷한 문제가 반복돼 왔던 셈이다.
이렇게 한수원의 내부 비리와 업무태만이 심각한 상태인데도, 원전비리 척결을 위한 법안 처리는 지연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지난 18일 법률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정수성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원자력발전사업자 등의 관리·감독에 관한 법률안'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 법안은 원전사업자의 자율규제, 원전비리시 가중처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어 24일 재논의에서도 법안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