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은행과 은행지주회사 사외이사의 임기가 2년 단위에서 1년 단위로 줄어들고 사외이사 겸직이 금지된다. 또 현재 교수 일색인 사외이사 구성은 다른 직업군으로 다양해지고 사외이사를 뽑을 때 본인이 스스로를 추천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은행과 은행지주사 사외이사들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또 금융사 이사회는 누가, 언제, 어떤 방식과 절차로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CEO 승계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금융발전심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확정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사 지배구조의 실패는 곧바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위협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위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번에 모범규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사외이사 감시 강화해 '자기 권력화' 차단

금융위는 사외이사가 교수 등 특정 직업군으로 구성되지 않도록 '다양성의 원칙'을 신설했다. 현재 은행지주 사외이사의 42%는 교수이고 KB금융(105560)의 경우 교수 비중이 70%에 달해 "사외이사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사는 이사회가 특정 직업군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사외이사 자격요건으로 신설된 전문성, 다양성, 책임성, 충실성 등에 따라 구체적인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금융위는 또 모범규준을 통해 금융사 이사회의 구성을 다양화하고 사외이사의 자기 권력화를 차단할 방침이다. 우선 은행과 은행지주의 사외이사 임기는 2년 단위에서 1년 단위로 줄어든다. 총 임기는 5년으로 같지만 매년 평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보험, 증권사, 여신전문금융사 등 제2금융권 사외이사의 임기는 현행처럼 3년 단위(총 임기 5년)로 유지된다.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사외이사는 매년 자체평가를 받아야 하고 2년 주기로 외부기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은 외부기관 평가가 '권고'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무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사외이사의 자기추천을 금지하고 사외이사들이 서로 추천할 경우 후보 추천자와의 관계와 추천사유를 서술형으로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은행과 은행지주회사는 사외이사 복수 겸직이 금지되고 현 사외이사의 재임을 위해 추천하는 경우엔 사외이사 평가결과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의 검토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첨부해야 한다.

사외이사에 대한 공시 의무도 강화된다. 금융지주사는 연차보고서에 사외이사 추천·활동·보수 등을 상세하게 공시해 주주와 시장이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사외이사의 선임사유, 주요 활동내용, 개인별 보수내용(일체의 경제적 이익 포함), 평가결과 등도 알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외이사의 전체 보수총액만 공개되고 여타 경제적 이익은 추상적으로 공시해왔다.

◆ CEO 승계 프로그램 상시 운영…직원 보상도 성과연동 강화

금융위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갑작스럽게 물러나도 후임 CEO가 30일 내 선임될 수 있도록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상시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통상 선진국의 금융기관은 신임 CEO 선임에 약 2~3주가 소요되고 2~3개월의 선임 기간은 통상 '사고'로 간주된다.

금융사 이사회는 누가, 언제, 어떤 방식과 절차로 CEO를 선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고 연 1회 이상 적정성을 점검해야 한다. CEO 승계 프로그램엔 ▲CEO 승계 소요기간 및 절차 ▲승계 절차별 주체와 역할 ▲CEO 후보군 관리 ▲CEO의 자격 등을 반영해야 한다.

CEO 승계에 대한 공시 의무도 강화된다. 금융지주사는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CEO 승계 내부규범 및 구체적인 승계 절차 전반을 기재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이사회에 CEO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구체적인 추천경로, 추천경력, 추천사유 등을 밝혀야 한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CEO 승계절차를 형식적으로는 갖추고 있으나 구체성과 투명성이 부족해 늘 CEO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며 "CEO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이사회가 CEO 승계 업무를 상시 업무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직원 보상체계도 합리적으로 바뀐다. 일반 직원에 대한 보상도 성과주의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임금항목도 단순화된다. 김 국장은 "은행의 보수구조가 경직돼 은행의 이익이 줄어드는데 인건비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일반 직원도 성과보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총이익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10년 24.7%에서 올 상반기 33.5%로 증가했다.

모범규준은 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자산운용사 중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자산운용사는 자산규모가 2조원 미만이더라도 운용자산이 20조원 이상이면 해당되고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은 근거법이 우선 적용된다.

모범규준은 다음달 10일 시행되며 금융기관은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사세한 내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내년에 금융지주와 은행을 대상으로 모범규준 이행 실태를 점검하고 2016년엔 2금융권까지 점검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