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4일 포스코 광양 제철소. 정문에서 차를 타고 5분여를 달리다 보니 길이 1300m, 폭 96m의 거대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축구장 13개를 이어 붙인 규모로, 포스코가 2년 8개월 만에 1조6000억원이 드는 공사를 마무리하고 지난달 준공식을 가진 열연 4공장이다. 열연 공장은 쇳물로 만든 두꺼운 철판(슬래브)을 압연기계로 눌러 보다 얇게 만들고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아 열연코일을 뽑아내는 곳이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문 자동차 강판용 열연공장이다. 허종욱 공장장은 "자동차 회사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두께 1.2~22㎜, 폭 700 ~1950㎜까지 다양한 스펙의 제품을 생산해 코일 형태로 휘감아 공급한다"며 "대부분의 열연은 인도·중국·멕시코 등 해외 포스코 자동차 강판 가공공장 등으로 간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자동차 강판 특화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올해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생산량은 816만t을 기록해 사상 처음 800만t 고지를 넘을 전망이다. 2009년(538만t)과 비교하면 52% 정도 늘었다. 차 한 대당 평균 900㎏의 철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900만대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물량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이 물밀듯 들어오는 상황에서 '자동차 강판'이 새로운 구세주(救世主)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2위 생산량…15개 글로벌 기업에 판매
자동차 강판의 매력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면서 제대로 된 이익을 내는 품목이라는 것이다. 포스코 자동차 강판 생산 규모는 전체 조강 생산량에서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정훈 엔지니어는 "똑같은 설비로 강판을 만들더라도 강판에 미세한 흠이 생긴다면 불량품으로 통보받기 때문에 정교한 공정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광양 4열연공장 준공에 이어 지난달 태국에 연산 45만t 규모 자동차용 고급 아연도금강판을 생산하는 공장을 착공했다. 멕시코와 중국, 인도에 이은 자동차용 아연도금 공장이다.
포스코는 유럽의 아르셀로미탈과 일본 신일철주금과 함께 자동차 강판 '빅3'로 불린다. 아르셀로미탈(생산량 1500만t)이 1위고 포스코와 일본의 신일철주금이 각각 800만~1000만t으로 2위권을 달린다.
아르셀로미탈과 신일철주금은 각각 독일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에 공급하지만, 포스코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전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포스코의 주요 고객사는 글로벌 톱 15 자동차 기업을 총망라한다. 정창화 상무는 "전 세계 철강회사 중 주요 자동차 회사를 전부 상대하는 곳은 포스코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맹추격 뿌리쳐야 생존"
포스코가 자동차 강판 사업을 본격 글로벌화한 계기는 2010년 현대제철의 고로(高爐) 가동이었다. 현대제철이 현대기아차 철강 수요를 80% 이상 가져가면서 독자 생존에 몸부림쳐야 했던 것. 한 고위 임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자동차 강판에 대해 투자를 시작해 이제는 전 세계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본격적으로 강판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도 많다. 중국의 맹추격이 첫 번째다. 조선용 후판과 에너지강에 이어 중국은 최근 자동차 강판에서도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다. 세계 4위 철강회사 바오산(寶山)철강은 지난해부터 한국GM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일제히 자동차 강판 분야에 뛰어들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부담이다. 여기서도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지용 포스코 철강솔루션센터장(전무)은 "공급 과잉 시대에 확실하게 살아남기 위해 고객 만족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고급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