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중학생인 딸이 명절에 받은 용돈을 모아서 관리해 주고 있는데, 이것도 불법 차명계좌인가요?"
"삼성SDS 공모주의 1인당 청약 한도보다 더 많이 청약하고 싶어서 가족 계좌를 빌렸는데 처벌 받게 되나요?"
오는 29일부터 원칙적으로 모든 차명 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차명거래금지법)'이 시행된다. 불법 행위나 탈세 의도가 없는 '선의의 차명 계좌'가 허용된다고는 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경우가 예외적용을 받는지 헷갈려 하는 소비자가 많다.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등 주요 금융협회들이 금융위원회의 감수를 거쳐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주요 개정 내용과 차명 거래가 허용되는 예외사례를 짚어봤다.
◆ 친목모임 회비 관리·미성년 자녀 금융자산 관리 위한 차명거래는 허용
차명거래가 허용되는 '선의의 차명거래'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 먼저 부녀회·동창회 등 친목 모임의 회장, 총무, 간사를 맡으면서 회비를 관리하기 위해 개인 명의로 차명 거래하는 것은 허용된다. 문중이나 교회 등 임의단체의 금융자산 관리를 위해 대표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선의의 차명거래에 해당한다.
가족 간 차명거래에도 예외가 적용된다. 우선 미성년 자녀의 금융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부모명의 계좌에 예금하는 행위가 허용된다. 그러나 증여세 감면 범위를 초과해 소유 자금을 가족명의 계좌에 예금하면 조세포탈에 해당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배우자는 6억원, 자녀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 부모 3000만원, 기타 친족 500만원까지는 가족 명의로 소유 자금을 예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억원 자산이 있는 자산가가 아내 이름으로 6억원, 성년 자녀 1명 앞으로 5000만원, 미성년자 자녀 앞 2000만원, 어머니 앞으로 3000만원씩 예금하고 나머지 3억원을 자기 이름으로 예금하면 선의의 차명거래에 해당한다. 그러나 차명 예치 한도를 지키지 않을 경우엔 불법 차명거래로 처벌받는다.
차명거래 규제로 투자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공모주 청약 때 1인 청약한도를 넘겨 청약하기 위해 차명 계좌를 활용하는 것은 예외로 인정된다. 또 금융투자회사가 고객의 주문을 받아 회사 명의로 거래하는 것도 허용된다.
◆ 불법재산 은닉·탈세 위한 불법 차명거래 적발 땐 형사처벌
개정 금융실명법은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차명거래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차명계좌의 실소유주는 물론 이를 중개·알선한 금융회사 직원까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 형사처벌을 받도록 처벌을 강화한 것이 골자다. 이때 '불법 차명거래'의 범위는 특정금융정보법에서 규정한 불법재산 은닉, 조세포탈 등 자금세탁행위,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와 강제집행 면탈 등이 해당된다.
예를 들어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회피하려고 다른 사람 명의 계좌로 본인의 자금을 예금하는 것은 강제집행 면탈에 해당하는 불법 차명거래다. 불법도박자금을 은닉하기 위해 차명 계좌에 예금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로 불법이다. 생계형 저축을 비롯한 세금우대 금융상품의 가입한도 제한을 피하기 위해 차명 계좌에 자신의 자금을 분산 예금하거나, 증여세 납부나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납세 의무를 피하기 위해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경우는 모두 불법 차명거래에 해당해 처벌받는다.
◆ 재산 소유권은 실소유주 아닌 계좌 명의자에게…개정안 시행 전 정리해야
차명계좌의 재산 소유권이 '계좌 명의자'에게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원칙을 세운 것도 법 개정으로 달라진 점이다. 지금까지는 계좌 실소유주와 계좌 명의자가 합의하면 차명거래가 허용됐고, 대법원에서도 실소유주의 소유권을 인정한 판례가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재산이 명의자 재산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실소유자가 재산을 찾으려면 소송을 해야 한다.
특히 금융실명법 개정 이전에 예치된 금융자산과 개정안 시행 후 예치된 금융자산이 모두 명의자 소유로 추정되기 때문에 미리 차명계좌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또 함부로 타인의 금융거래에 명의를 빌려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거래자가 불법 목적으로 차명거래를 할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명의를 빌려줄 경우, 명의 대여자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