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외부 개발자들을 대거 초청해 개발자 대회를 열고 '원군(援軍)'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1일(현지 시각)부터 3일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삼성 개발자 대회'를 열었다.

모스코니센터는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개발자 대회나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여는 장소로 유명하다.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 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지난해 첫 행사에는 1000여명이 참가했고, 올해 행사에는 전 세계 47개국에서 3000여명이 참가했다. 준비 기간도 10개월 이상이 걸렸고, 전담 인력 100명 이상이 투입됐다.

삼성전자 "외부 개발자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겠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 연사를 200명 이상 초청해 100개 이상 강의를 제공했다. 12일 기조연설자로 나선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장은 "한 회사의 힘으로 혁신을 일궈낼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삼성전자는 여러분과 함께 세상을 바꿔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삼성전자 임원들도 '개방(o pen)' '협업(collaborate)' '생태계(ecosystem)'를 강조하며 개발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기기 '기어VR'을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행사에서 가상현실, 디지털 헬스, 웨어러블, 스마트홈 등 다양한 기술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높지 않은 회사였다. 어떤 기능이든 내부에서 직접 만들려고 하는 데다, 외부 개발자들에게 정보 공유를 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달랐다. 삼성전자는 이날 디지털 헬스, 스마트홈, 웨어러블, 가상현실 등 4개 영역에서 신제품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개발 도구(플랫폼)를 자세히 소개했다.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 도구까지 발표했다. 이날 공개한 '심밴드(Simband)'는 여러 종류의 센서가 조합된 신체 활동 측정 장비다. 삼성은 이 기구의 기초 설계도를 공개해 외부 회사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건강 측정 장비를 만들 수 있게 했다. 실제로 프랑스의 테니스 라켓 제조업체 바보라(Babolat)는 이날 삼성전자의 개발 도구를 통해 만든 스마트 테니스 라켓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라켓을 쓰면 테니스를 칠 때의 습관과 움직임이 자동으로 기록돼 분석된다.

360도 입체영상 촬영 기기 공개

상하좌우, 360도 방향으로 입체 영상을 촬영하는 장비 '프로젝트 비욘드'도 공개했다. 원반형 기기에 고화질 카메라 17개를 빽빽하게 배치한 것으로, 전원을 켜는 것만으로 기기 주변의 모든 장면을 촬영한다. 이 제품을 통해 촬영한 영상은 삼성전자가 지난 9월 공개한 가상현실(VR) 기기 '기어VR'을 통해 볼 수 있다. 방 안에 앉아서도 고개를 돌리면 자신이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영상을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 제품을 개발한 삼성전자 싱크탱크팀의 프라나브 미스트리 팀장은 "이 제품을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경험'의 정의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홈 전략은 지난 9월 인수한 사물인터넷(IoT) 전문업체 '스마트씽스'를 바탕으로 재편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알렉스 호킨슨(Hawkinson) 스마트씽스 대표는 "앞으로 집 안의 모든 기기는 스스로 작동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될 것"이라며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몇 분 안에 실제 작동하는 앱을 만들 수 있는 손쉬운 개발 도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윤대균 삼성전자 MSC 전무는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에 대응하려면 여러 개발자가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개발자 우대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건강한 개발자 생태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