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기가 착용형(wearable) 제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패션 제품으로 진화(進化)하고 있다. 최근 대형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은 잇따라 유명 패션 디자이너를 영입하는가 하면 패션 기업들과 협업해 '패션 스마트'란 새로운 제품군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 인텔은 지난 9월 뉴욕의 유명 패션매장 '오프닝 세리머니(Opening Ceremony)'와 협업해 MICA(My Intelligent Communication Accessory)란 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외형은 고급 액세서리의 느낌을 주는 여성용 스마트기기다. 화려한 액세서리 역할뿐만 아니라 메시지와 업무 약속 등 일정을 확인하는 스마트기기로서도 손색이 없다. 이 제품의 디자인은 오프닝 세리머니가 맡았고, 기술적 부분을 인텔이 담당했다. 업계에선 보석을 박은 팔찌와 첨단 기술이 결합한 이 제품이 웨어러블 기기에 별 관심이 없던 여성들의 눈길을 끌 만한 제품으로 평가한다.

①인텔이 뉴욕의 유명 패션매장과 함께 만든 웨어러블 브랜드‘MICA’ ②삼성전자가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한 팔찌형‘기어S’ ③패션 소품으로 차고 다니다가 스마트폰 충전기로 쓸 수 있는 팔찌 ④모자에 음악 감상 기능을 넣은‘뮤직 비니’의 볼륨 조절 장치

스와로브스키와 협력해 스마트폰 갤럭시S5의 액세서리 등을 만들었던 삼성전자는 이번에는 팔목 부분을 크리스털로 장식한 '기어S 스와로브스키 스트랩' 제품을 내놓았다. 이 제품 역시 외양에서 일반 팔찌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엄연한 첨단 ICT 제품이다.

기존 패션 제품에 스마트 기능을 추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비용이 훨씬 덜 드는 것이 장점. 프랑스의 아코스(Archos)는 무선 이어폰을 내장한 '뮤직 비니' 제품을 최근 출시했다. 겉보기에는 머리에 쓰는 여느 비니처럼 생겼지만 블루투스 무선 통신을 이용, MP3플레이어나 스마트폰과 연결해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이어폰을 따로 착용하지 않아도 모자 안쪽 귀에 닿는 부위에서 소리가 나와 비니만 쓰면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니트 모자 옆면의 가죽 모양 라벨에는 볼륨 조절 및 재생·멈춤 버튼까지 달려 있다.

영국의 의류 디자인업체 큐트서킷(Cutecircuit)은 휴대전화 기능이 내장된 드레스를 제작했다. 이 회사는 과거 3200개의 발광다이오드(LED) 램프가 달린 가운, 옷 위에 설치된 센서에 압력을 주면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에게 그 압력이 전달되는 '허그 셔츠' 등을 만든 바 있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실용적인 아이디어 제품도 있다. 미국의 신생 기업 Q디자인은 충전 기능을 가진 팔찌(QBracelet)를 출시했다. 평소에는 팔찌처럼 차고 다니다가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다 쓰면 팔찌에 저장된 전력을 이용해 충전할 수 있다.

애플은 끊임없이 패션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혁신적 디자인으로 유명한 시계 브랜드 '이케포드'(Ikepod)를 만든 전문 디자이너 마크 뉴슨을 영입했다. 조만간 애플이 디자인 면에서 훨씬 진일보한 애플워치를 내놓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이브생로랑의 전 대표 폴 드네브를 영입했다. 그는 팀 쿡 CEO에게만 직접 보고하는 비밀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버버리 CEO인 앤절라 아렌츠도 지금은 애플에서 소매 및 온라인스토어 담당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선진국형 ICT 산업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중저가형 스마트폰은 앞으로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끊임없이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반면, ICT 패션 제품에도 글로벌 명품(名品)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단일 제품을 대량 맞춤형(Mass Customization)으로 생산하기보다 유명 패션 브랜드들처럼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의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전략도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