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滬港通) 제도가 오는 17일부터 시작된다. 1990년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 개장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 개인투자자들은 홍콩 증권사를 거쳐 중국인 전용 A주에 투자할 수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후강퉁 시행으로 중국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개방돼, 상당 규모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상하이 본토 A주 증시 개방도가 높아지면서 내년쯤 모건스탠리캐피탈(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 측면에서 보면 후강퉁 시행은 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본토 시장이 개방되면 관심이 중국 쪽으로 쏠리는만큼 같은 이머징마켓으로 분류되는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 중국 A주, MSCI 신흥지수 편입 가능성 높아져

중국 상하이거래소는 1990년 12월 개설 당시 내국인 전용인 A주와 외국인 전용인 B주로 투자대상을 구분해 외국인 거래를 제한했다. 2002년과 2011년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위안화를 보유한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등 자격을 갖춘 일부 외국 기관투자자들에게 A 주 투자를 개방한 적이 있지만, 후강퉁 제도 시행으로 증시 개장 24년 만에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투자 문턱을 대폭 낮추게 된다.

증권전문가들은 후강퉁 제도 시행으로 앞으로 중국과 해외간 자본 유출입 규모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도 크게 늘며 증시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상하이 증시는 시가총액이 2조8512억달러 수준으로 미국과 영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비중은 9.12%에 불과하다. 박기현 위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과 같이) 신흥국으로 분류된 한국의 경우만 봐도 코스피지수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이 35%를 넘는다"며 "중국 증시도 후강퉁 덕에 외국인 투자비중이 크게 늘며 시가총액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국내 증시에는 단기 악재가 될수도

그러나 후강퉁 시행이 한국 증시의 수급 측면에서는 일시적인 손실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중국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가 확대되면 그만큼 한국 증시로부터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후강퉁으로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과 해외투자자의 접근성이 커지면, 중국본토 A주가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EM)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증권전문가들은 이 부분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단기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MSCI는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자산을 배분할 때 참고하는 핵심 벤치마크 지수 중 하나다. 이미 MSCI 측은 중국을 이머징마켓 지수 편입 잠재 후보군으로 분류한 뒤 올해 지수 편입 여부를 심사했지만, 외국인들의 시장 접근이 완전치 않다는 이유로 보류한 바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후강퉁으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중국 증시 개방도가 높아지면서 내년 정기 리뷰에서 중국본토 A주의 MSCI지수 부분 편입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 같은 결과가 결정되는 내년 5월 말 한국 증시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네셔널(MSCI)에 따르면 현재 중국본토 A주가 신흥국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될 경우 신흥국 내 중국의 비중은 현재 18.9%에서 27.7%까지 증가하게 된다. 반면 한국의 비중은 15.9%에서 14.2%로 낮아져 중국 본토A주 편입에 따른 가장 큰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 MSCI 지수를 따르는 신흥국 인덱스 펀드 등의 자금 규모가 3600억달러 정도라고 가정하면 비중 변화에 따라 6조원 가량의 외국인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내년 6월 지수 5% 부분 편입이 결정될 경우 2016년 5월까지 약 1년에 걸쳐 6000억 수준의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A지수가 신흥지수에 추가로 편입되면 기존에 신흥지수에 투자하던 자금들은 자산 재분배로 인해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빼 낼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개방 등 걸림돌이 많아 편입 비중이 급격하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MSCI 상해A주 편입 여부가 내년 5월경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지수에 편입되는 시기는 2년 후가 될 것으로 당장에 해외펀드가 한국 증시에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 국내 증권주, 수혜 가능성은 '글쎄'

최근 유안타증권은 주당 5000원을 넘어섰다. 대만 최대 금융그룹 유안타홀딩스의 계열사인 유안타증권이 올해 동양증권을 인수해 한국에 진출했는데, 후강퉁 제도 시행으로 개인투자자 거래 증가 등 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 증권주 수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등 증권업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강퉁제도를 통한 중국 주식 거래는 신규 수익원으로 떠오를 수 있지만, 대형 증권사의 보유자산 1억원 이상인 고액자산가 고객 수가 평균 약 5만명이라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전체 이익을 개선시킬 실질적인 수혜를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KDB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다른 증권사도 후강퉁 제도를 이용해 중국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