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중국 등에 이어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핀테크(fintech) 시대가 열린다. 핀테크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을 융합한 서비스를 뜻하는 말로, 인터넷과 통신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금융과 간편결제, 송금 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다음카카오와 금융결제원은 16개 은행과 공동으로 '뱅크월렛 카카오(Bankwallet Kakao)' 서비스를 11일부터 시작했다.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듯 간편하게 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삼성전자·SK텔레콤·KT·LG유플러스·네이버 등 주요 IT(정보기술) 기업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도 핀테크 시대 열린다

다음카카오가 하는 핀테크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날 시작한 계좌 간 송금이 주요 기능인 뱅크월렛 카카오고, 다른 하나는 일종의 모바일 신용카드라 할 수 있는 '카카오 페이'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별도의 앱을 설치해 사용하는 가상의 지갑(wallet)이다. 이 앱에 은행에서 발행한 현금카드 정보를 등록해두면 플라스틱 카드가 없어도 전국 7만5000여대의 현금 입출금기(ATM)에 스마트폰을 갖다대는 것만으로 돈을 뽑거나 입금할 수 있다. 또 친구에게 하루 최대 10만원까지 송금도 할 수 있다. 축의금 등을 이 서비스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으며 돈을 받을 사람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돼 간편하다. 다음카카오와 금융결제원은 "뱅크월렛 카카오는 송금, 결제, 현금카드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스마트 지갑"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페이는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을 이용해 사용한다. 현재는 '카카오 선물하기'와 모바일쇼핑몰 '카카오픽', 모바일 GS홈쇼핑에서 쓸 수 있다. 상품을 고른 뒤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 대신 카카오 페이를 선택한 뒤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다음카카오는 제휴 쇼핑몰 숫자를 연말까지 16개로 확대하고, PC에서도 카카오 페이를 쓸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주요 IT 업체도 대부분 핀테크를 미래성장 동력으로 잡고 있다. 네이버는 결제·송금이 모두 가능한 서비스인 '라인 페이'를 연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멤버십카드를 저장하는 '삼성 월렛' 서비스에 모바일 금융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통신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11일 'BLE 페이먼트'라는 오프라인용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KT도 이날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올레 앱 안심인증' 서비스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올 8월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없이 약 3초 만에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는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나우 플러스'를 발표했다.

글로벌 시장은 알리바바·애플·이베이 각축전

국내 모바일 금융 서비스는 글로벌 수준에 비하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정도다. 중국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는 2003년부터 PC와 모바일에서 쓸 수 있는 금융·결제 서비스 '알리 페이'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에 알리 페이 앱만 설치하면 송금·결제는 물론 대출까지 받을 수 있다. 작년 6월부터는 펀드 투자 서비스도 시작했다. 알리 페이 가입자는 8억명(작년 말 기준)이 넘는다. 알리 페이로 결제한 금액은 작년 450조원에서 올해 67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400개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알리 페이로 대금을 치를 수 있다.

미국 온라인장터 이베이가 인수한 '페이팔(paypal)'은 1998년부터 온라인에서 간편 전자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년 한 해 동안 페이팔로 결제된 금액은 180조원에 달한다. 애플도 올 9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 페이'를 출시했다. 애플 페이는 신용카드 번호나 비밀번호 입력 등 복잡한 단계를 모두 생략하고 지문 인식만으로 간단히 결제하는 서비스다. 현재 미국 백화점과 수퍼마켓 22만여 곳에서 쓸 수 있다. 서강대 정유신 교수(경영학)는 "우리나라도 과도한 금융 규제를 줄여야 핀테크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