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될 경우 현재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품목 가운데 91%는 향후 20년 내에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다. 금액으로는 1417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대중(對中) 수출 금액의 85%에 해당한다.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한류가 확산되고 한·중 합작 영화나 드라마 제작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우리는 쌀 제외…개성공단 제품 중국 진출 활기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의 경우 즉시 철폐 대상은 전체의 20%, 10년 내 철폐는 71%, 20년 내 철폐가 91%를 차지한다.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되는 초민감품목은 9%로, 우리 수출액의 15% 정도다. 한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은 즉시 철폐 50%, 10년 내 철폐 79%, 20년 내 철폐 92%, 초민감품목은 8%로 하기로 한·중 양측이 합의했다. 수입액 기준으로는 91%(736억달러)에 해당하는 품목의 관세가 20년 안에 철폐된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이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수 소비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며 "특히 대기업 품목보다 중소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제품의 수출길을 넓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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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로 중국 내수 시장에서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기업 제품은 의류·액세서리 등 패션 분야와 냉장고·에어컨(10년 내 철폐), 가정용 정수기(20년 내 철폐) 등 생활 가전(家電) 제품 등이 꼽힌다. 기술력이 중국 업체보다 앞서 있어 관세 철폐 시 가격 경쟁력 강화 효과도 함께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 제품도 별도의 위원회를 통한 논의나 품목 나열 없이 특혜 관세를 인정받아 중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스킨케어 화장품·샴푸·린스 등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분 감축하기로 했다.

◇중국 내 韓流 탄력…엔터테인먼트·여행·법률도 개방

중국에서 한류(韓流) 상품 판매가 늘어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 한국 기업이 49% 지분을 갖고 한·중 합작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세울 수 있게 허용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분야에서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등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중국에 한류 콘텐츠를 수출하는 박은님 나인플래너스 대표는 "중국 시장에서 외국 콘텐츠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게 앞으로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또 한국 여행사가 중국에서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대상 여행 상품을 기획해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된다. 중국 정부가 미국·일본·독일 업체에만 허용했던 업무로, 지금까지 한국 업체는 외국인의 중국 여행, 중국인의 중국 내 여행 상품만 다룰 수 있었다.

법률 시장에서는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내에서 중국 로펌과 합작해 현지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건설·건축·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쌓은 실적을 중국에서도 인정해주기로 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중국 내 하수처리 서비스가 개방됐다. K-Water(수자원공사) 등 국내 관련 기업의 진출 길이 열렸다.

통신 서비스 분야에서는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해 차별을 막는 장치가 생겼다. 금융 부문에서는 금융 당국이 법을 바꾸거나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 전에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기간을 두기로 해 금융회사들의 사전(事前) 대응이 가능해졌다.

◇보이지 않는 非관세 장벽도 낮춰

중국에서 활동하는 2만개 한국 기업과 교민 50만명에 대한 '손톱 밑 가시' 규제도 개선한다. 중국에서 근무하는 한국 주재원의 체류 기간 보장을 종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정 기간 내 여러 번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는 '복수 비자' 발급도 확대한다.

이 밖에도 700달러 이하 물품은 '원산지증명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48시간 내 통관' 원칙을 세우고 특송화물에 필요한 면세 서류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중앙정부와 성(省) 단위로 한국 기업의 어려운 점을 전담하는 담당 기관이나 직원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 식품·화장품 분야에서 시험 검사 기관을 상호 인정하도록 협력해 통관 시간을 줄이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유통 기간이 짧은 신선 식품이나 계절·유행에 민감한 화장품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