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과 엔화 약세로 수출주까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는데, 한중 FTA는 국내 주식시장에 온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 수출이 늘고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산업이 부각되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한중 FTA로 부각될 대표적인 업종은 자동차 부품이 꼽혔다. 애초에 가장 큰 수혜주로 꼽혔던 완성차는 FTA에서 제외되며 수혜 기대도 접게 됐지만, 부품주는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반면 농산물이나 생활용품은 값싼 중국 제품이 몰려와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 한중 FTA 증시 상승 재료될까

한중 FTA 타결 소식이 전해진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8.36포인트(0.95%) 오른 1958.23에 거래를 마쳤다. 한중 FTA 타결이 전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관세율 인하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한중 FTA가 발효되면 발효 후 5년에 걸쳐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92~1.2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10년으로 기간을 넓히면 실질 GDP가 2.28~3.0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중 FTA 타결의 직접적인 영향은 내후년 정도가 돼야 나타나겠지만 최근 감소하고 있는 대중국 수출의 확대 등을 감안하면 주식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한중 FTA 수혜주가 부각되면 최소한 냉각된 투자심리를 풀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주식시장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측에 유리한 자동차와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이 관세인하 효과를 보지 못한 점도 부정적 요소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중 FTA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한국의 중국 수출 50%는 FTA 효과가 배제될 수 있는 가공무역 형태이고, 고관세율 적용이 집중돼 있는 소비재의 경우 중국 수출 비중이 5.5%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 자동차 부품·서비스 업종 주목

한중 FTA 발효 시 가장 부각될 분야는 자동차 부품 사업이 꼽혔다. 중국은 자동차 부품에 6~10%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 관세가 사라지게 되면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완성차는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완성차보다 자동차 부품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인하로 가장 큰 이득을 볼 업종은 자동차 부품 업종이다”라며 “자동차 부품 업체는 관세 철폐로 직접적인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항공운송업종도 중국 관련 비중이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해 한중 FTA 체결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소비와 문화 관련주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산 화장품,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어 관련 기업의 주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문화 콘텐츠 관련주인 엔터, 영화, 광고 업종도 관심있게 지켜 볼 업종으로 꼽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관세 장벽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문화 콘텐츠, 여행, 운송서비스 등 서비스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업종은 중국산 제품의 수입증가가 예상되는 농수산물과 섬유의복, 생활용품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