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규모 국내 택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현대·한진·우체국택배 등이 각축하고 있는 시장에 국내 최대 규모 유통·금융 네트워크를 보유한 농협과 '유통 공룡' 롯데그룹이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택배 시장은 인터넷·모바일 쇼핑의 급성장에 힘입어 연간 7~ 8%씩 성장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접구매 활성화에 힘입어 글로벌 물류 시장도 팽창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후발 업체들이 택배 시장 판도 변화를 촉발할지 주목된다.

4兆 택배 시장… M&A 잇따라

농협은 중견 택배기업을 인수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택배 사업을 시작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택배KG옐로우캡 등이 인수 대상 기업으로 꼽힌다. 농협은 1000억원 이상을 인수 비용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우체국이 올 7월부터 주5일 근무를 시작하면서 주말 농산물 배송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택배 시장 진출 명분으로 삼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택배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2007년 대한통운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했었다.

롯데그룹은 올 9월 일본계 사모(私募) 펀드인 오릭스PE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로지스틱스 지분(35%)을 125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롯데그룹의 임병연 비전전략실장(전무)과 이진성 미래전략센터장(상무)이 현대로지스틱스 이사진에 합류했다. 롯데 측은 "택배업 진출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재계에서는 롯데가 그룹 내 유통·물류 역량을 활용해 택배 분야로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CJ대한통운은 2020년까지 '세계 5대 물류 기업 도약'을 목표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작년 4월 중국 물류 기업인 스마트카고를 인수했고 올해 베트남·미얀마에서 현지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세웠다. 최근에는 북미 시장에 기반을 둔 APL로지스틱스 인수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양승석 전 현대차 사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은 이런 시도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5위 업체인 로젠택배는 중소형사를 인수해 8%대인 시장점유율을 11~12%까지 높여 업계 3위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차별화된 택배 서비스 절실"

2007년 7억9900억개이던 국내 배송 물량은 지난해 15억개까지 늘어 우리 인구 5000만명이 한 사람당 30개씩 이용했다. 농협·롯데가 택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런 높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 택배업체들은 "대기업들이 대거 뛰어들어 저가 전략으로 나올 경우 중소 택배업체들은 모두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우체국이 택배 시장에 진출해 개당 5000원 하던 택배 단가(單價)를 2500원까지 떨어뜨렸다"면서 "대기업들이 택배 시장에 가세하면 제 살 깎기 경쟁이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다양한 특화 상품을 개발해 택배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철휘 K&J글로벌컨설팅 박사는 "배달 시간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시간대 배송', 고가·정밀 제품을 주로 다루는 저(低)진동 서비스, 신선 식품 전용 '냉동·냉장 콜드 체인' 등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하는 일본 야마토운수 같은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명순 통합물류협회 사무국장은 "IT를 활용해 물류센터와 배송 직원들의 작업을 표준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공동물류센터 활용 같은 대·중소 택배 기업 상생(相生)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