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3주간의 일정을 끝내고 7일 폐막했다.
한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1952년 ITU에 가입한 이후 최초로 고위 선출직인 표준화총국장을 배출하고, 주요 의제가 채택되는 등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행사 규모에 못미치는 준비와 홍보 부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ITU눈 4년마다 전 세계를 돌며 열리는 글로벌 ICT 최고위급 총회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유엔(UN) 총회'나 다름 없다. 지난달 20일 개막한 이번 행사에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ICT관련 부처 장차관과 기업인 등 170개국가에서 3000명이 참석했다. 참가국과 참가자 규모만으로 따지면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회의에서는 ITU 조직의 수장인 사무총장을 포함한 65개 고위직과 이사국을 선출했다. ITU 사무국 주요 당직자 선거에서는 이재섭 카이스트(KAIST) IT융합연구소 연구위원이 표준화총국장에 당선됐다. ITU 사무국 고위직에 한국인이 진출하기는 ITU에 가입한 이후 62년만이다. 이 연구위원은 앞으로 글로벌 ICT 표준화 논의를 총괄하게 된다. 또 ITU수장 격인 사무총장에는 중국 출신인 자오허우린(趙厚麟)이 선출돼 아시아 출신인물의 고위직 진출이 이어졌다.
올해는 총 800회가 넘는 회의가 열렸고 50개가 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한국이 주도해서 제안한 '사물인터넷(IoT) 촉진', 'ICT 애플리케이션 확대', '커넥트(Connect) 2020 비전' 등 3가지 의제가 회원국들의 공감을 얻어 채택됐다. ITU 결의로 채택된 의제는 앞으로 글로벌 표준화 활동과 각국의 정책에 반영된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일단 이번 회의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며 자축했다.
정부는 당초 ITU전권회의 유치효과가 7000억원에 이른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행사 준비 미흡과 홍보 실패로, 158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데도 불구하고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데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행사기간 내내 행사장인 부산 벡스코는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미래부는 "대대적 홍보를 위해 294억원으로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158억원으로 삭감하면서 대국민 홍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선 정부가 정보통신 전문가들의 국제회의를 흡사 일반인 참여 행사인양 무리하게 홍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관람객으로 가득 차야 할 전시장에는 사람이 부족해, 일부 업체의 경우 직원들을 관람객으로 강제 동원하기도 했다. 또 주요 전문 콘퍼런스가 열리는 장소에 인근 학교의 중고생들을 동원해 행사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에 대한 준비도 미흡했다. 당초 이번 행사에는 에볼라 발생 위험국인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세네갈, 콩고 등 서아프리카 6개국 대표단 176명이 참석하기로 하면서 부산시민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부산시가 이들 국가의 ITU 참가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여론이 악화되자 미래부는 뒤늦게 위험국 대표단이 자진으로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소식을 듣지 못한 기니 대표단 2명이 지난달 23일 인천공항에 도착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정책홍보 전문가는 "중요한 행사를 사고없이 무사히 끝냈다는 점은 칭찬해야할 일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행사인 만큼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결국 그들만의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