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욱 등 지음|워치북스|400쪽|1만6000원
"회사 회식 맞나요? 친구 모임 같아요."
지난 여름 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업체 회식 자리에 초대받았다. 서울 이태원역 주변 수제 맥주가 유명한 술집이었다. 이사, 차장, 과장, 대리 등 대부분의 팀원이 모였다. 여느 회사 회식과는 달랐다. 흔한 임원 훈화 말씀과 건배 제의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연애 상담부터 가족 이야기까지 친한 친구 모임 같았다.
오후 11시 넘어까지 술자리가 이어졌다. 그 시간에 한 팀원이 강남 사무실에서 택시를 타고 왔다. 처음에는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쓴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안 불렀다간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상 힘들었던 점, 최근 개인사까지 30분 만에 맥주 한 잔에 툴툴 털어놨다. 그 팀원은 일이 많다며 다시 강남 사무실로 돌아갔다. 시작부터 끝까지 자발적인 것으로 보였다. 비결이 뭘까? 내게는 물음이 남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답을 알 것도 같다. 책 첫 장에 소개되는 회사는 플레시먼힐러드다. 미국이 본사다. 주로 PR(Public relations)을 대행한다.
이 회사 신입 사원은 10가지 기업철학이 새겨진 돌을 선물 받는다. 첫째가 개인에 대한 존중이고 둘째가 팀워크다. 기업철학은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직원들은 아우팅(outing)이라는 제도로 팀워크를 키운다. 한 달에 한 번 오전 근무를 마치고 팀원들이 모두 야외에서 문화 생활을 즐긴다. 다른 복지 제도도 팀워크를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기업 문화는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다. 기업 문화가 왜곡되면 생산력 저하나 사내 갈등 고조 같은 문제가 생긴다. 어떻게 하면 기업문화를 회사에 정착시킬 수 있을까. 답을 찾기 위해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소속 20개 회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모인 20명 중 한 명이 저자다.
각 참가 기업들이 자사의 기업 문화를 소개한다. 아니 자랑한다. 책장이 200쪽을 넘어가면 '부럽다'는 생각을 넘어 '정말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을 마칠 때는 '우리라고 안 되겠어' 하는 도전의식이 생긴다.
사실 이들이 하고 있는 노력은 봉사 활동, 단합 대회, 연말 행사, 복지 확대 같은 것이다. 특별하다고 말할 만한 게 별로 없다. 차이가 있다면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왜 이런 행사를 해야 하는지 직원들을 꾸준히 설득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원하는 복지를 제공한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비전을 제시한다. 그냥 구호에 그치지 않고 성취를 위한 제도를 만든다. 제도는 회사가 제시한 행사를 통해 직원에게 전달된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는다.
여 직원이 많은 회사는 결혼부터 육아까지 여 선배들이 어떻게 해결했는지 조언하는 제도를 만든다. 퇴사한 직원을 재입사시키는 것이 자랑인 회사도 있다. 아이들이 부모가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하는 동화책을 만들어 배포한 회사도 있다. 회의시간에 연차 상관없이 솔직히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신입사원이 팀장 말을 끊고 의견을 개진하게 만든 회사도 있다. 지시와 복종으로 대변되는 수직적인 기업문화가 아닌 수평적인 소통이 20개사 공통점이다.
이들은 소통의 장을 만들고 봉사활동, 단합대회 등 행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연말 시상식에서 회사 철학을 잘 따라준 직원에게 시상도 한다. 이런 행사는 다른 기업들도 다 한다. 바쁜 직원들에게 이런 행사는 업무의 연속일 뿐이다.
UL코리아는 사회공헌이 기업목표 중 하나다. 승진하려면 정해진 횟수의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UL코리아의 봉사활동은 다른 회사와는 다른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휴일에 단체로 봉사활동을 가지만 UL코리아는 근무시간에 봉사활동을 하게 한다. 회사가 제시한 비전인 만큼 업무로 본 것이다. UL코리아는 안전인증, 기술시험 검사 등을 하는 업체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은행은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 활동을 통해 평소 보기 힘든 직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일회성이 아니다. 8년째 참여하고 있다. 부서가 다르지만 같이 집을 지으면서 '톱질왕','삽질의 제왕' 등 별명이 생기기도 한다.
이 책은 'People' 'Globalization' 'Passion' 'Social Responsibility'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비법을 전한다. 기업 문화에 고민하는 경영진뿐만 아니라, 이직을 생각하는 직장인, 구직 중인 예비 직장인에게도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