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 금리가 10%가 넘는다고요?"

지난달 중순 서울의 한 폴크스바겐 전시장을 찾은 직장인 강모(40)씨는 귀를 의심했다. 강씨는 SUV(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이 250만원 넘게 할인 판매된다는 말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매장직원은 강씨에게 "270만원을 깎아 드리겠다"고 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이 회사의 전속 금융사인 폴크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의 할부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 차값의 20%를 선수금으로 내고 나머지 80%는 3년 할부로 갚는 방식이며, 금리는 11%짜리 상품이었다. 3년간 내야 할 이자만 510만원이었다.

강씨는 "요즘 같은 저금리에 두 자리 수 금리는 폭리 아니냐"며 "할인받은 만큼 이자로 토해내는 것 같아 차를 안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규 기자

초(超)저금리 시대에 국내 주요 수입차업체들이 인기 차종에 대해 10% 안팎의 고금리를 적용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수입차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는 폴크스바겐·아우디·BMW·메르세데스 벤츠 등 4개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의 할부 금융 상품 금리는 평균 9.4%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차값 할인이라는 당근을 제시하고, 수입차 전속 금융회사들은 고금리 상품으로 고수익(高收益)을 올리는 방식이다.

앞에선 '할인', 뒤에선 '깜깜이 高金利'

할부상품 금리 11%인 폴크스바겐 티구안은 올해 수입차 판매 1위다. 지난달 판매 3위인 '아우디 A6 35 TDI' 금리는 9.9%, '벤츠 E220 CDI'와 'BMW 520d'의 할부 금리는 각각 7.8%, 8.9%였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낮췄고, 시중은행 일반 신용대출 금리가 3% 후반에서 5%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높다. 국산차인 현대·기아차 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 할부상품 금리도 5.9%다.

게다가 수입차업체는 차값 할인을 앞세워 전속 금융사의 고금리 상품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달 기자가 찾아간 수도권 일대 수입차 전시장에서도 매장 직원들은 강씨 사례처럼 먼저 수백만원대의 차값 할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속 금융사의 할부상품을 이용하지 않으면 할인폭이 줄어드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아우디는 전속 금융회사 폴크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 상품을 이용하면 506만원을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다른 금융회사의 상품을 이용하겠다고 하니 할인폭을 380만원으로 줄였다. 폴크스바겐 티구안을 살 때도 다른 금융회사 상품을 쓰면 할인율이 7%에서 5%로 떨어졌다. BMW에서는 전속 금융사인 BMW파이낸셜서비스의 할부상품을 쓰면 할인과 별개로 100만원 안팎 드는 선팅을 무료로 해준다는 제안을 했다.

대다수 수입차 매장에서는 할부 금융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벤츠의 A 매장과 폴크스바겐의 B 매장에서 받은 구매 견적서에는 할부 금리에 대한 안내가 없었고, 먼저 묻지 않으면 자신들 계열이 아닌 다른 할부 금융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는다.

각 수입차 할부 금융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적용 금리를 알기 어렵다. 폴크스바겐파이낸셜의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9월 판촉 행사 때 적용한 금리를 고치지 않고 있다. BMW파이낸셜서비스는 홈페이지에서도 '프레스티지 할부 금리'가 11.99~15.99%라고 돼 있을 뿐 내가 사고 싶은 차에 적용되는 금리는 구체적으로 표기하지 않고 있다.

수입차 전속 금융기업만 배불려

고금리 상품을 앞세워 수입차의 전속 금융사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차를 판매하는 법인보다 수익성이 더 좋다.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작년 영업이익이 409억원, 영업이익률 6.6%로 BMW코리아(257억원·1.4%)보다 훨씬 장사를 잘했다. 벤츠파이낸셜이나 폴크스바겐파이낸셜의 영업이익률도 5~6%대다. 또 BMW파이낸셜의 할부금융 수익은 2011년 142억원에서 작년 321억원으로 3년 새 2배 이상이 됐고 폴크스바겐파이낸셜도 2012년 81억원에서 작년 293억원으로 늘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자동차 판매법인과 할부 금융사가 별개 회사이며 계열사 밀어주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이 차를 구매하는 현장에서 체감(體感)하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설명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할부상품 선택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것은 엄연한 불공정 행위"라며 "수입차 할부금융 판매가 부당한 관계사 밀어주기가 아닌지 금융당국이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