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현대차가 시가총액 3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4년 만의 일이다. 그 자리로 치고 올라간 것은 IT 기업 SK하이닉스다.

현대차가 시가총액 2위에서 밀려난 것은 환율 악재가 크게 작용했다. 최근에 있었던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가 맞물리며 반도체와 IT업종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고, 일본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자동차 업종은 타격을 받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두 악재 속에 IT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고, 자동차주를 매도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 건의 양적완화 결정, 영향은 반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달 29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를 종료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연간 자금 공급량을 현재의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양적완화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중장기 국채 매입 규모도 현재 연간 5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렸다.

두 건의 변수로 해외 투자자들은 좀 더 능동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모두 한국 경제에 악재지만, 원화 환율은 다른 영향을 받는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는 약세가 되고,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는 일본 엔화에 대해 원화가 강세가 되게 한다.

실제로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결정하기 전인 지난달 29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47.30원이었다. 이달 5일은 1083.60원으로 마감하며, 5일(거래일 기준)간 3.5% 상승(원화 약세)했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0엔당 958.65원에서 947.95원으로 2.1% 하락(원화 강세)했다.

엔화 약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자동차주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달 들어 5일까지 현대차는 11.2% 내렸고, 현대모비스(012330), 기아차도 5~7% 하락했다. 반면 IT 기업인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LG전자(066570)는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하락폭이 적었다.

외국인, IT 사고 자동차 판다

외국인도 두 개의 변수에 다르게 반응했다. IT기업의 주식은 샀고, 자동차주는 팔았다.

양적완화 종료가 결정된 지난달 30일 이후 이달 5일까지 5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를 5306억원, SK하이닉스(000660)를 1061억원 순매수했다. LG전자(066570)LG디스플레이(034220), 삼성전기(009150)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또 외국인은 현대차는 일본 양적완화 확대 충격이 반영돼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이달 1일부터 3일간 708억원 순매도했다.

원화 환율이 급변하고 있지만, 엔화 약세에도 일부 업종은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경합 관계가 약한 IT나 최근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화장품, 의류, 의약품의 제조사들은 수출을 하면 원화 환산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환율과 신흥국 시장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따라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인덱스펀드보다, 자금을 능동적으로 배분하는 액티브펀드에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환율이 업종별로 다른 영향을 주고 있어 외국인 자금도 선별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0월 23~29일 1주일동안 한국에 배분된 글로벌 자금 1조3000억달러 중 70% 이상이 액티브 펀드에서 유입됐다"며 "달러 강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부담을 낮춰주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