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역할을 활성화해 상시적·선제적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원근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전 KB경영연구소장)은 4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국가미래연구원이 주최한 '선제적 기업구조조정 정책 2차 세미나' 발제를 통해 "미국은 1980년대에 부실기업이 증가하자 이들의 정크본드(신용도가 낮은 고금리 회사채)에 투자하는 시장이 형성되고, 이를 통해 채무불이행시에는 경영권을 획득한 후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금융회사도 등장했다"며 "기업 경영권 시장이 발달하며 시장에서 기업의 체질변화가 강제적으로 추진된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기업 신용경색이 확대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을 활용한 선제적 구조조정이 발달하면서 부실기업 처리비용이 감소했고, 은행의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위축을 예방해 경기 전반적인 위축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시장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장정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아직 국내의 구조조정 자본시장은 기업재무안정 관련 사모펀드(PEF)가 2조원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인수합병(M&A)이나 구조조정 관련 PEF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이나 조선·해운·건설 등 산업 전체가 침체된 경우 산업이나 업계를 대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을 출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모태펀드를 조성해 재무안정과 구조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또 "채권이 부실화됐을 때 각 채권금융기관이 개별 매각할 경우 시장가치가 떨어져 부실채권(NPL)시장 조성이 어렵다"며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 채권금융기관의 NPL 공동매각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세제혜택 등을 부여해 금융투자업계를 활성화하고, 기업은 사전에 채무과다로 인한 위험을 사전에 줄일 수 있도록 전환형 조건부자본증권(특정 사유가 발생할 경우 주식으로 전환돼 사채 상환과 이자지급의무가 감면됨) 등 다양한 형태의 조건부자본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