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기업으로 평가받다가 최근 돌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파장을 일으킨 '모뉴엘 사태'로 은행권에 부실대출 경계령이 떨어졌다. 올해 4월 KT ENS 협력업체의 사기대출로 이미 한 차례 '뜨거운 맛'을 본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뉴엘 대출사기에 연루된 은행(기업·산업·수출입·외환·국민·농협 등) 가운데 일부는 현재 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의 보증 대출과 관련한 자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진행 중인 모뉴엘 대출 관련 긴급 검사와는 별도다. 모뉴엘에 무보가 100% 보증을 서준 것만 믿고 안일하게 대출을 해 오다 사기를 당한 은행들이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기존 대출 점검에 나선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모뉴엘 건과 동일한 무보 단기수출보험 수출채권 유동화 보험상품과 관련해 일선 영업점 자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모뉴엘 피해를 면한 은행에서도 부실대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뉴엘 사태를 피하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향후 대출 심사가 더 엄격해질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모뉴엘 사태를 계기로 중소기업 대출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KT ENS 협력업체의 허위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로 호된 맛을 본 하나은행은 지난 6월부터 여신심사 체계를 개선했다. 리스크관리그룹 산하에 있던 신용평가부를 심사본부 산하의 기업여신심사부와 통합, 신용평가업무를 일원화하고, 신용리스크관리부 산하 여신리뷰팀을 '신용감리부'로 승격해 인원을 충원하고 여신관리를 강화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뜩이나 저금리 시대를 맞아 수익성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부실 안 내는 게 남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대출기업에 대한 위험을 확실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술금융 확대 정책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기술금융 확대 정책은 담보, 신용등급에 얽매이지 않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기업의 성장을 돕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매달 은행별 실적을 공개토록 하는 등 압박하고 있어 은행들이 제대로 된 기술심사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실적용 대출'만 늘리거나 향후 부실로 귀결되는 대출을 양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술금융 공급은 실적 공개로 지나친 단기경쟁을 유발하기보다 시간을 갖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