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겐은 '네오하이브리드', '슬림아머' 등 스마트폰 케이스로 잘 알려진 회사다. 전세계 웹사이트 인기도 순위를 집계하는 '알렉사'에서 스마트폰 케이스 브랜드 가운데 세계 3위, 미국 내 4위를 기록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다.

그러나 슈피겐이 국산 브랜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던 듯 하다. 슈피겐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자, 그제서야 "한국 회사였느냐"며 놀라는 이도 더러 있었다.

토종(土種)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 슈피겐코리아가 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상장을 통해 미국 내 유통 사업을 강화하고 제품군을 다양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대영 대표이사

3일 오후, 서울 가산동 슈피겐코리아 본사에서 김대영 대표이사를 만났다. 벤처기업이 많이 입주한 건물에 자리잡은 회사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상당히 깔끔하다는 인상을 줬다.

김 대표는 슈피겐코리아를 설립하기 이전에 쌍용정보통신·대우통신과 티맥스소프트에 근무했다. 통신과 소프트업계에 종사하다 모바일 액세서리 사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원래 소형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애플 아이폰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빨리 산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스마트폰 관련 디자인 제품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죠."

서울 가산동 슈피겐코리아 본사에 자사 제품들이 전시돼있다.

슈피겐코리아의 설립 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김 대표는 본래 슈피겐코리아의 전신으로 피처폰(스마트폰 이전의 휴대폰) 액세서리를 만들던 SGP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2009년 2월 SGP에서 분리돼나온 법인 SGP코리아의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2012년 SGP코리아는 앞서 김 대표가 미국에 따로 설립한 유나이티드SGP를 인수했다. 통합 법인의 사명은 지난해 11월 현재의 슈피겐코리아로 변경됐다. 모태가 된 회사 SGP는 휴대폰용 필름을 제조하며 슈피겐코리아의 관계사로 남아있다 지난달 폐업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알렉사에 따르면, 슈피겐코리아는 전세계 스마트폰 케이스 브랜드 가운데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83년 설립된 미국의 벨킨(1위), 1998년 설립된 오터박스(2위)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아마존·이베이, 일본 소프트뱅크·라쿠텐 등 100여개국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김 대표에게 묻자, 그는 '디자인의 차별화'를 답으로 내놓았다. 경쟁사들의 제품이 몇 년간 비슷한 디자인을 유지해온 것과 달리 유행에 맞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꾸준히 다양화해왔다는 것.

슈피겐코리아와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의 협업 제품

디자인에 대한 김 대표의 애착은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이집트 출신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의 협업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의류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과 공동 디자인한 스마트폰 케이스도 내놓았다. 스캇은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의 협업으로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다.

슈피겐코리아의 주력 상품은 '네오하이브리드', '터프아머', '슬림아머' 등 독자 브랜드명을 단 스마트폰 케이스다. 전체 스마트폰 케이스 중 60~70%가 애플 아이폰용 제품이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6'를 출시한 이후 슈피겐코리아는 현재 미국 내 2000여개 매장에서 아이폰6용 케이스를 판매 중이다. 미국 내 영업망은 미국 슈피겐 법인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이 매출은 슈피겐코리아의 연결 기준 매출액에 포함된다.

내수·수출용 제품 생산은 대부분 외주 제작으로 이뤄진다. 경기 부천과 중국·베트남 소재 공장에 생산을 맡기고 있으며, 제품 기획·디자인과 품질 점검 등은 슈피겐코리아에서 맡는다.

슈피겐코리아 본사에서 한 직원이 제품 디자인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슈피겐코리아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665억원이었다. 전체 매출액 가운데 81.2%가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이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한 463억5000만원에 달했다.

2012년, 2013년 영업이익은 각각 157억원, 196억원이었으며 올 상반기에는 139억6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주식보상비용을 반영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196억원이 아닌 159억원으로 집계된다.

주식보상비용은 김 대표가 보유하던 슈피겐코리아 지분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증여한 부분에 해당된다. 지난 2010년 보유 지분 15%를 직원들에게 증여했다.

지난달 27~28일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서 슈피겐코리아는 360.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공모가 범위(2만2500~2만7500원)의 상단인 2만7500원이었다.

슈피겐코리아는 공모 자금을 미국 내 오프라인 판매 유통망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온라인 판매만 해오다 최근 들어 오프라인 판매 사업이 막 시작됐는데, 아직까지 물류 창고가 없어 사무실에 제품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 IT 인프라를 강화하고 제품군을 다양화하는데 공모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사옥을 이전하는 계획도 고려 중이다. 김 대표는 "서울 마곡지구로의 이전을 추진했다가 조건이 안 맞아 결렬된 적이 있다"면서 "현재는 생산 공장이 위치한 부천에서 멀지 않은 서울 서부 지역으로의 이전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 액면가: 500원
◆ 자본금: 21억7000만원
◆ 주요주주: 김대영(59.21%), 최철규(1.39%), 이민욱(1.39%), 우리사주(0.74%)
◆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622만4444주의 32.46%인 202만250주
◆ 주관사(삼성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스마트폰 액세서리 산업은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산업의 변동에 중요한 영향을 받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구도가 고착화될 경우 신제품 출시 주기가 길어져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의 성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또한 스마트폰 대체품이 개발되거나 곡면 디스플레이 제품의 출시가 확대될 경우, 주력 제품인 케이스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제품이 출시될 경우 케이스류 뿐만 아니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밀착할 수 있는 액정용 제품의 기술 개발에도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됨.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 침투가 이뤄지고 있음. 이로 인해 지난해 슈피겐코리아의 국내 매출도 감소한 바 있음.

저가 영세 업체의 모방으로 슈피겐코리아를 비롯해 프리미엄 브랜드 업체가 매출 잠식·브랜드 가치 훼손 등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저가 업체들이 뛰어들어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음.

연구 개발 인력이 유출될 경우 디자인, 제품기획, 기술 등 핵심 경쟁력이 훼손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매출액 중 북미 시장의 비중은 55.79%에 달함. 북미 시장에서의 성과가 부진할 경우 경영성과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외주 업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브랜드 가치·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음.

지난달 18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조사대상자로 선정돼 11월1일까지 세무조사를 받음. 조사 대상 과세 기간은 2009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임. 조사 결과에 따라 추징세액이 발생할 경우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