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 과학자가 우주정거장 건설에 한국의 참여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지난달 28일 가오밍 중국과학원 우주활용연구센터장은 서울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 마이크로중력 심포지엄'에서 "2022년쯤 가동할 중국 우주정거장에 한국의 과학연구장비를 설치해 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류 키우-셍 중국과학원 기계학연구원 교수는 "양국 우주기구 간 협의만 이뤄지면 한국 과학자가 중국에서 우주인 훈련을 받고 우주정거장에 가서 실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024년 이후 국제우주정거장 대체

현재 미국과 러시아, 유럽, 일본 등 16개국은 국제우주정거장을 공동 운영 중이다. 원래 2020년 수명이 다할 예정이었으나 올 초 미국이 2024년까지 4년간 수명 연장을 위한 예산 집행을 승인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이 예산 문제로 난색을 보이고 있고, 우주인을 실어 나를 우주선을 보유한 러시아마저 발을 뺄지 몰라 불안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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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은 무중력에 가깝다. 덕분에 지구에서 하기 힘든 신소재나 신약 개발 연구 등을 할 수 있다. 화성탐사 등에 대비해 우주에서 인체가 겪는 신체 변화를 미리 알아볼 수도 있다. 먼 우주로 가는 우주선의 정거장도 된다.

현재로선 후속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가진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중국은 2022년 톈궁(天宮) 우주정거장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사전 준비 단계로 2011년 실험용 우주정거장인 톈궁 1호를 발사했다. 톈궁 1호는 지난해까지 선저우(神舟) 유인 우주선 8~10호와 잇따라 도킹에 성공했다. 가오 센터장은 이날 "2016년 톈궁 2호를 발사하고 이듬해 선저우 11호, 무인 화물선 톈저우(天舟) 1호와 도킹 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실험들이 모두 성공하면 본격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에 들어간다. 류 키우-셍 교수는 "우주정거장 건설은 3단계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첫 단계는 2018년 우주정거장의 중심 모듈이 될 톈허(天和) 발사다. 이어 2~3단계로 2020년과 2021년 각각 원톈(問天) 실험 모듈 1호와 쉰톈(巡天) 실험 모듈 2호가 발사돼 톈허의 좌우에 연결된다. 이후 정기적으로 선저우 우주선과 텐저우 화물선이 우주인과 화물을 우주정거장으로 실어 나른다.

유럽·러시아도 중국과 협력

중국은 미국이 주도한 국제우주정거장 프로젝트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미 의회가 중국과의 우주개발 협력을 금지했기 때문. 하지만 톈궁이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될 날이 다가오자 각국의 입장이 달라지고 있다. 가오 센터장은 "이미 서구 여러 나라와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11년 독일 항공우주국(DLR)과 범유럽 우주개발사인 EADS 이스트리움은 선저우 8호에 생명과학 실험 장비를 탑재했다. 유럽 우주국(ESA)과 스위스 제네바대는 2016년 발사되는 톈궁 2호에 우주 천문학 실험 장비를 탑재할 계획이다. ESA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이 겪는 신체 변화 등 다양한 정보를 중국에 제공했다.

우주정거장이 본격 가동되면 협력의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 9월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한 제27차 우주탐사인협회 연차총회에서 양리웨이(楊利偉) 중국재인항천공정(中國載人航天工程) 부국장은 "톈궁 우주정거장에는 다른 나라의 우주선이 도킹할 곳도 설계했다"고 밝혔다. 양리웨이는 2003년 선저우 5호에 탑승한 중국 최초의 우주인이다. 재인항천공정은 중국의 유인우주탐사 전담기구이다.

이번 마이크로중력 심포지엄은 지구의 중력이 거의 미치지 않는 우주 공간에서 이뤄지는 생물 실험과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우주기초과학 분야의 연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인호 연세대 교수(생명과학기술학부)는 "우주 개발은 우주발사체(로켓)와 인공위성, 그리고 우주기초과학 연구 삼박자로 가야 한다"며 "중국을 포함해 다양한 나라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불모지에 가까운 국내 우주기초과학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