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프 미안·아미르 수피 지음|박기영 옮김|열린책들|320쪽|1만5000원

"가계 부채의 급증은 장기 불황의 신호."

촉망받는 미국의 차세대 경제학자인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의 책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주장은 단순하지만 서술은 입체적이다. 그리고 명쾌하다. 가계 부채에 의존한 지금의 성장이 왜 그토록 위험한가. 가계 부채의 급증은 소비 지출의 감소를 가져오고 장기 불황으로 이어진다. 경제 침체의 가장 큰 타격은 가장 적게 가진 사람들에게 가해지고, 부의 불평등은 한층 심해진다는 것이 저자들의 연구 결과다.

저자들은 대공황과 대침체, 현재의 유럽 경제 위기가 늘어난 가계 부채로 인한 소비 지출의 급락으로 초래됐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경제적 재앙에는 거의 언제나 가계 부채의 급격한 증가란 현상이 선행해서 일어난다'는 주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

증거는 4가지다. 첫째, 심각한 경기 침체 이전에는 가계 부채 증가가 선행한다. 둘째, 주택 자산 가격 급락의 손실은 저소득층에 더 큰 피해를 입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셋째, 가계 지출 감소는 주택 관련 자산 감소에 따른 가계 부채의 증가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넷째, 집값 하락으로 인한 손실은 빚이 많은 가계에 집중된다.

저자들은 먼저 2007~2009년 미국의 경제침체기 동안 8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400만채 이상 주택이 압류된 사실을 지적하고 근본 원인을 찾는다. 미국의 가계 부채는 이 기간에 급격히 늘어났다. 이 기간 부채 총액은 두 배로 늘어나 14조달러까지 치솟았고, 가계 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140%에서 210%로 껑충 뛰었다. 이후 일어난 사건은 모두들 알고 있는 이른바 '대침체기'다.

1920년대 '대공황' 초기도 '대침체' 직전 부채 증가와 유사하다. 1920년부터 10년간 미국 도시 지역 주택 담보 대출액은 3배 뛰었다.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97~2007년 사이 가계 부채가 크게 늘어났던 나라일수록 불황이 닥친 2008~2009년 가계 지출은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주류 경제학은 대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등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킨 은행 위기를 꼽아왔다. 그 위에서 미국 정부 등은 금융 기관에 천문학적인 구제 금융을 투입했다. 하지만 저자들은 "구제 금융을 통해 금융 시장의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려는 정책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말하는 불황의 과정은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 부채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저소득층의 주택 압류를 불러오고, 소비 지출 급감과 생산 감소, 대규모 실업 사태로 이어진다.

주택 가격 폭락은 계층별로 상이하게 영향을 미친다. 저자들은 미국의 가계를 5분위로 나눠 설명한다. 금융 자산이 소유 자산의 80%에 이르는 상위 20%는 주택 가격의 폭락으로 인한 타격이 거의 없었지만, 가진 것이 집 밖에 없을 뿐 아니라 이마저도 막대한 빚으로 유지하는 하위 20%는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다. 저소득층의 부채는 고소득층의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가계 부채로 인한 악순환을 끝내는 방법은 없을까. 무책임하게 빚을 끌어다 쓴 사람들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도덕적 훈계는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황 해소를 위해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늘려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해장술을 마시려는 것과 같다"고 비판한다.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가계 부채를 직접적으로 줄이는 부채 탕감 정책을 제안한다. 그 예가 위험 분담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형태의 모기지 계약, 즉 책임 분담 모기지다. 채무 계약은 돈을 빌려준 대부자도 위험과 책임의 일부를 나눠 지는 주식 형태에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집값이 오를 때는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이득을 보고, 반대로 떨어질 때는 손실도 분담하는 구조다.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2012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33%를 훌쩍 넘고 있다. 이는 바로 200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우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경고한다. 올해 우리의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 무서운 속도로 부풀어오르고 있다. 세대와 계층, 계급을 불문하고 '빚으로 지은 집'에 살며 빚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의 경고가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다.